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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Sep 02. 2024

수영도 못 하는데 아마존 강물에 뛰어들었다

볼리비아에서 생긴 일-Part 1

수영을 배운 지 6개월 즈음되었을 때였다. 아마존에 있는 강의 깊이는 5m가 넘는다고 했지만 별로 두렵지도 않았다. 나 수영 좀 하는 걸! 다들 쉽게 뛰어드는 걸 보니 나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나도 뛰어들고야 말았다. 생각보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한 공포였다.


그렇게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볼리비아에 있는 아마존 투어를 하던 중이었고, 함께 다니던 친구들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었다. 돌고래와 수영을 하러 가자며 가이드가 우리를 데리고 나갔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그 위에 옷을 입고 나갔다.


보트를 타고 수영을 하러 가는 길에 가이드가 원숭이들에게 직접 바나나를 줘 보라며 나눠 주었다. 원숭이들이 머리와 손을 다 뛰어다니며 가져가려고 난리인데, 그중에는 애기를 뒤에 업고 바나나를 먹으러 온 엄마 원숭이도 있었다. 정말 다 너무 귀여웠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핑크 돌고래가 보여 가이드가 보트를 멈춰 세웠다. 수영하고 싶은 사람들은 강에 뛰어들라고 했다. 그렇게 다들 강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 빠졌다. K에게 같이 들어가자고 했지만 수영을 못한다며 사양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아마존 강물에서 수영은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수영을 6개월 정도 배운 실력으로 아마존 강에 빠졌다.


물은 정말 정말 차가웠다. 한국이면 몰라도 외국인지라 몸매에 자신이 없어도 비키니를 입었다. 그래서 맨 살에 닿는 아마존 강물은 정말 얼음장 같았다. 보트를 잡고 버티다가 돌고래가 돌아다니고 있길래 손을 떼고 그쪽으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아뿔싸, 보트에서 손을 떼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나는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것을. 내가 배운 단순한 수영장 수영과 깊이 5m가 넘는 곳에서의 수영은 정말 달랐다. 수영을 하면 나가긴 하는데 잠시라도 멈추면 버틸 수가 없었다. 구명용 튜브를 가이드가 던져 놓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어서 그걸 가져갈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그렇게 얼굴에는 점점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하고 나는 점점 그 허우적거림이 더 심해졌다. 함께 여행하던 친구 중 네덜란드에서 온 '보'라는 친구가 말했다.


"내 다리 잡을래?"

"으악. 고마워!"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던 '보'가 내 두려움을 읽었는지 다리를 내어 주었다.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결국 그 뒤로는 보트에 계속 대롱대롱 매달려만 있었다. 눈앞에서 돌고래들이 헤엄치고 있고 돌고래에게 공을 던져주면 마치 서커스를 하는 듯 공을 가지고 놀다가 우리에게 다시 던져준다. 정말 신기했는데 그 옆에서 함께 못 노는 것이 한 일뿐이었다.




우리나라는 시골에 사는 게 아닌 이상 강 같은 곳에서 수영할 일이 잘 없다 보니, 일반 사람들은 이런 방식의 수영이 대체로 잘 되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곳을 많이 다니고 실제로 그런 생존 수영들을 많이 배운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금 어린아이들은 배우는 것 같던데, 여하튼 내 세대에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내 6개월 실력만 믿고 깝죽대다가 죽을 뻔한 아이가 되었다.


언젠가 나중에 다시 제대로 생존 수영을 배워와서 다시금 아마존 강물에 뛰어들기를 도전해보고 싶다. 다행인 것은 물에 빠져 죽을 뻔했어도 물 공포증이 생기진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물이 좋긴 하다. 아마 그때 있었던 매 순간들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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