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행글은 김 씨가 2022년 도시계획학 석사 학위논문으로 작성한 '서울 강남개발과 대형교회의 초고속 성장'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1. 한국 교회의 초고속 성장
우리의 도시 풍경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교회이다. 세속적인 도시의 빌딩숲과 아파트 사이로 밝게 빛나는 수많은 십자가를 보면 뭔가 묘하기도 하다. 이러한 독특한 도시의 풍경은 우리나라가 돋보적이다. 통계청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개신교 교회 수는 대략 54,360개로 집계된다. 사거리에 적어도 2-3개씩은 있는 편의점이 53,328개인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 교회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일본인 주인공들이 서울 야경의 십자가를 무덤으로 착각하는 장면 (영화 '도쿄 택시' 中)
1880년대부터 미국을 포함한 서구 개신교 국가들의 선교 대상으로 형성된 한국 개신교는 1세기가 지나는 동안 유례없는 성장을 경험했다. 1920년에 323,574명이었던 개신교 교인은 2015년 한국 종교 인구 중 45%(9,675,761명)을 차지하며 불교 인구 비율(33%)을 넘어 개신교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교인 수를 가진 종교가 되었다. 특히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10년마다 개신교 교인 수는 두 배씩 증가하였고, 70년대 후반에는 매일 6개의 교회가 설립되었다고 하는데, 이 기간이 묘하게 우리나라 도시화 시기와 맞물린다. 도시의 세속적인 문화와 종교 활동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한국 개신교의 성장 배경에는 도시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시화율과 개신교 교인 수 변화
이러한 도시화 시기 한국 개신교 성장의 특징에는 대형화가 있다. 물론 사람마다 ‘크다’라는 개념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인 수를 기준으로 3,000명 이상을 대형교회, 10,000명 이상은 초대형교회로 분류한다. 딱히 개신교 교인이 아닌 사람도 들어봤을 영락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등 초대형교회가 6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탄생하였다.
2021년도 기준 한국 초대형교회 현황 (2021 Global Megachurches List)
주로 산에 절이 있는 불교는 그렇다 치고, 그럼 왜 같은 시기 기독교 계열인 천주교는 도시화 시기 개신교 교회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개신교와 천주교 성장의 차이는 두 기독교 계열 간의 운영 차이에서 비롯된다. 개신교 교회는 개교회주의, 즉 교회 내의 인적, 물질적 자원을 개별 교회의 유지와 확장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방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다시 말해, 개별 교회는 교회 성장으로 인한 보상을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 각 교회의 성장은 그 교회만의 피와 살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교회는 성장과 확장에 집중할 수 있고, 목회자 초빙, 교육 프로그램, 사업, 교회 건축 등에 큰 자유도를 지닌다. 반면, 천주교는 바티칸과 교구를 중심으로 위계적인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다. 천주교는 교인 증가로 인한 이익이 위시한 전체 가톨릭교회 체제로 흡수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 성당의 성장이 주임 신부의 사례비 증가 혹은 사회·정치적 영향력 상승과 큰 연관성이 없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개신교가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업 카페라고 할 때, 천주교는 본사가 관리하는 직영점 카페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개신교가 천주교에 비해 대형화에 대한 동기가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바티칸에서 관리하는 명동성당과 개인이 개척한 여의도순복음교회
그렇다면 이러한 초대형교회는 어느 지역에 주로 위치하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초대형교회는 20개 정도인데, 서울에 12개가 분포하고 있다. 이중 서울에서 집값 투톱이며 ‘찐강남’으로 여겨지는 서초구와 강남구에 초대형 교회 5개(광림교회, 사랑의교회, 소망교회, 충현교회)가 4.5km 반경 내에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다. 이 교회들은 모두 강남개발 당시 강남지역에서 개척되거나 강남지역으로 이주한 교회들이 단기간에 초대형교회로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강남개발의 맥락 없이는 우리나라 교회들의 초대형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강남구와 서초구에 집중되어 있는 초대형교회
초대형교회가 유독 강남에서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강남의 성장과 교회의 초고속 성장 간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오늘 우리가 만나볼 사회학자 듀오는 이러한 현상들을 관찰할 좋은 렌즈를 빌려줄 것이다. 존 로건과 하비 몰로치를 모셔보자!
2. 로건과 몰로치의 성장연합이론
존 로건(J. Logan)과 하비 몰로치(H. Molotch)는 도시사회학계에서 성장연합이론(Growh Machine)으로 유명한 사회학자들이다. 하지만 그 둘의 첫 만남은 디스전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물론 힙합퍼들이 아니라 사회학 교수님들이기에 이들의 디스전은 논문 저널에서 이루어졌다. 시카고대학에서 도시사회학을 공부한 몰로치와 버클리대학에서 정치사회학을 공부한 로건은 도시성장에 대해 서로를 비판하는 논문을 쓰다가 서로 동의하는 공통점을 찾게 된다. 바로 도시의 장소를 교환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몰로치와 로건은 공동연구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1990년 미국 사회학회 우수 저작상을 수상한 Urban Fortunes: the Political Economy of Space이다(우리나라에서는 ‘황금도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으나, 현재는 절판되었다). Urban Fortunes에는 몰로치의 도시사회학과 로건의 정치사회학이 잘 조화되어 탄생한 성장연합이론이 담겨있다.
로건과 몰로치, 그리고 그들이 집필한 'Urban Fortunes'
도시의 개념이 매우 다양하듯, 도시 성장에 대한 개념도 다양하다. 고용기회, 기업규모 등 경제적 성장, 인구 증가와 교육 수준과 같은 사회적 성장, 교통, 주택을 포함한 기반시설에 기초한 물리·환경적 성장이 그 예이다. 로건과 몰로치는 이러한 도시의 성장과 이권을 둘러싼 경제, 사회, 물리·환경적 역학관계를 성장연합으로 설명하였다.
로건과 몰로치는 도시의 장소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마찬가지로 교환가치(exchange value)와 사용가치(use value)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우리가 보드리야르를 다루면서 언급했던 그 교환가치와 사용가치 맞다. 화폐로 가격을 매기는 교환가치는 지역의 개발과 성장으로 인한 이익과 관련이 있고, 실질적인 유용성에 기반한 사용가치는 지역에서의 삶의 질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주택은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이라는 교환가치를 가지는 동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생활편의성이라는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다.
주택의 교환가치와 사용가치
로건과 몰로치에 따르면 도시 공간을 둘러싼 이익에 상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역 엘리트들은 교환가치의 상승을 위해 끊임없이 도시의 성장과 지역의 개발을 추구한다. 도시를 성장시켜서 땅값을 올리고 건물을 분양하는 등 도시라는 상품으로 더 많은 이득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관계로 상호연결된 각 분야 엘리트 조직들의 모임이 바로 성장연합이다.
성장연합에는 도시 내 다양한 분야의 집단들이 포함되는데, 핵심적 주체로서 지방정부의 고위공무원, 정치인, 기업, 개발업자, 금융업자, 지역언론 등이 있고, 보조적 주체로서 대학, 박물관, 연극극장, 박람회, 프로스포츠단 등이 있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도시가 성장했을 때 이득을 보는 집단들 간의 네트워크인 셈이다. 도시가 성장하면 지방정부의 고위공무원과 정치인, 개발업자가 이득을 보는 건 당연하고, 지역언론 입장에서는 도시 개발로 인한 분양광고 수입이 달달하다. 또한, 도시가 성장하면 인구가 늘고 인재가 유입되기 때문에, 대학, 기업, 박물관, 프로스포츠단도 간접적으로 이득을 본다. 그렇기에 성장연합은 분열되지 않고 도시성장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 함께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성장연합에 의한 도시성장의 이득이 도시 구성원 전체에 고루 돌아가지 않아 그들의 삶의 질과는 큰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도시 장소의 교환가치에 치우친 성장은 사용가치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나친 상권 개발이 소음공해와 쓰레기 배출 문제를 일으켜 동네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저해하듯이!
대표적인 성장연합인 부동산 PF 네트워크 (KDI)
다들 아시다시피 강남은 이러한 성장연합의 주무대였다. 강남의 성장은 정관계, 자산가, 건설사, 학교 등 강남개발의 이익과 연관된 네트워크에 의해 촉진되었다. 강남개발이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정치 자금 마련,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기, 아파트 건설사의 재벌화, 고등학교의 명문화 등 각 조직들의 이익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골이었던 강남은 천지개벽했고, 그 열매는 오롯이 성장연합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강남의 성장과 그 배경이었던 성장연합은 교회의 초고속 성장 및 초대형교회의 탄생과 어떤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 이제 강남 초대형교회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며 논의를 이어나가 보자.
강남개발의 투기 이익과 관련된 주체들 (MBC 다큐플렉스, '강남 개발, 그리고 투기 공화국의 탄생')
3. 강남 초대형교회의 초고속 성장
로건과 몰로치의 연구에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초대형교회들도 강남 개발의 열매를 따먹으며 강남개발의 한 축을 담당한 성장연합의 보조적 주체라고 볼 수 있다. 강남의 초대형교회가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 강남이 한창 개발될 당시에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강남개발의 성장연합
먼저, 강남이라는 신도시 공간 개발의 과정과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남지역은 개발과 함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와 인구밀도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인구의 증가와 집중은 교회에 출석할 수 있는 잠재적 신자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강남의 인구는 강남개발과 함께 1970년 67,697명에서 1985년 772,223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서구 근대적 가치관으로서 개신교를 선호하는 젊은 고학력자 및 자산가가 많이 유입되었다는 점도 교인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고소득·고학력자 파워엘리트 교인의 증가는 헌금을 모아 교회 자산을 축적하는 데도 기여하였다. 예산의 대부분이 헌금으로 결정되는 교회 특성상, 교회 예산을 비교하면 교인들의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는데, 교인 1인당 예산을 비교하면 새문안교회나 영락교회 같이 역사 깊은 도심 교회들의 예산보다 강남지역에서 개척된 서초동 S교회의 예산이 2-3배 더 크다.
강남과 서초지역을 중심으로 파워엘리트가 집중되어 있다(김창석, 2002)
강북 도심보다 저렴했던 지가가 강남개발과 함께 폭등했다는 점도 강남 교회의 자본 축적에 도움이 되었다. 신사동의 K교회의 경우 강남을 기회의 땅으로 여겨 구입했던 배밭의 지가가 말 폭등하였는데, 2012년 기준 K교회가 소유한 토지 가격이 총 2,300억 정도라고 하니, 지금은 얼마나 더 어마어마할까.
강남개발의 결과로 급등한 K교회 토지 개별공시지가의 급등
강남 개발로 들어선 대형 아파트단지도 교회에게는 기회였다. 강북 도심에서 이전한 교회들과 달리 강남지역에서 개척한 교회들은 주로 아파트 단지 주변 상가를 임대하여 설립되었다. 아파트라는 주거형식은 그 특성상 공동체성의 약화와 연대의식에 대한 욕구로 이어진다. 밀폐된 아파트 공간에서의 단절과 무료함은 근처 교회에서 해소될 수 있었다. 교회에 나가면 성도들 간 인간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정기 예배는 물론, 성경공부를 비롯한 여러 소모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소실된 명패의 역할은 이제 교회의 교우패가 대신하게 되었다. 이렇게 교회에 수용적인 인구가 밀집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개척교회들에게 좋은 선교 장소였다. 신사동의 S교회 역시 압구정 현대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시작하여 아파트 교인들을 기반으로 성장하여 주변에 대지를 매입하고 대형성전을 건축한 케이스였다.
S교회가 탄생한 압구정 현대아파트
강남 개발 과정에서 편리해진 교통 여건도 강남 교회의 초대형화를 촉진시킨 배경이 되었다. 1980년대 지하철 2호선과 3호선, 잘 정비된 버스 교통량이 서울 도심과 강남을 연결시켰고, 이로 인해 강남의 교회는 지역형 교회에서 탈지역형 교회로 성장하여 서울 전역으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다. 역삼역, 압구정역, 강남역, 서초역 인근에 초대형교회가 위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강남을 순환하는 2호선 구상 (매일경제)
강남의 성장 과정에서 교회는 토지 매입과 성전 건축을 위해 교회 내부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성장연합의 다른 주체인 정관계, 건설사와 관계를 맺기도 하였다. 신사동 K교회는 교인이었던 신동아건설 사장의 경제적 지원과 교회네트워로 연결된 관공서의 도움으로 지금의 대형 성전을 건축할 수 있었다. 신동아건설은 1978년 당시 건축비 3억 원을 담보물 없이 빌려주었고, 나머지 공사비도 외상으로 건축을 진행해 주었다. 또한 신사동 K교회가 성전을 건축할 당시 강남지역의 신규 건물은 1,000평 이하로만 허가되었는데, 2,429.8평으로 계획된 K교회 성전 건축은 강남구청의 허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더불어, K교회가 계획하던 72m 종탑 역시 안보를 위한 시야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수도경비대 사령부에 의해 불허되었다. 그러나 K교회 장로의 동창이었던 강남구청장과 K교회 담임 목사의 동창이었던 국방부 소장의 도움으로 K교회가 계획한 대로 성전 건축이 허가되었다.
같은 지역 신사동 S교회도 마찬가지이다. S교회의 경우도 교인이었던 현대건설 사장을 통해 외상으로 건축이 진행되었는데, S교회 성전은 지금까지도 현대건설이 건축한 가장 작은 건축물로 기록되고 있다. 이외에 S교회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이웃 주민들과의 갈등이었다. S교회 부지는 주택가에 속해있었는데, 성전 건축 공사를 시작하면서 집이 부서지고 수도관이 끊어지며, 정전이 발생하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나, 법률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았다. 부서진 집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어 수리할 수 없게 되자 주민들은 S교회에 집을 팔았고, S교회는 이렇게 사들인 건물들을 헐어 교회 부지를 확장할 수 있었다.
한편 서초동으로 이전하기 전 강남역 근처에 독립된 성전을 건축하였던 S교회는 예배에 참석하던 삼익건설 상무를 통해 시세 100만 원이었던 부지를 40만 원이라는 싼 값에 분할 지불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S교회가 매입한 대지는 삼익아파트 자투리 땅으로 아파트 건설 용도였기 때문에 시청 건축과로부터 건설불가 통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S교회 역시 교회 내 네트워크로 이를 해결하였는데, S교회 집사의 소개로 서울시 부시장과 면담할 수 있었고, 용도변경을 통해 쉽게 성전 건축이 허가되었다.
현대건설이 건축한 신사동 S교회
종합해 봤을 때, 강남 초대형교회의 성장 배경에는 강남 개발로 인한 중상류층 인구 유입,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립, 교통시설 확충, 지가 상승, 관공서 및 건설사와의 네트워크가 있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중상류층 교인들을 유입하고, 대형 성전을 건축하며 단기간에 자산을 축적한 교회들은 수준 높은 목회 문화,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 중상류층 사교 모임에 과감히 투자하여 지금의 초대형교회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들 초대형교회는 성장연합의 한 축으로서 도시계획 그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
4. 도시계획과 초대형교회의 힘
초대형교회는 이제 단순한 종교 집단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힘을 가진 도시의 세력이 되었다. 이는 대선후보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선거철만 되면 초대형교회 예배에 참석하여 유세한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대형교회의 힘은 단연 교인들로부터 나온다. 개신교 교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타 종교보다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초대형교회의 교인들은 가볍게 10,000명이 넘으니 표심을 얻으려면 초대형교회부터 공략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특히, 정치계에서는 ‘강남 크리스천’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는데, 강남 지역 기반 기독교 우파를 의미한다. 한국전쟁 이후 반공·친미를 토대로 한국 주류 개신교계는 보수적 성향을 띠게 되는데, 도시개발 과정에서 강남이 개신교 양적 성장의 중심지가 되면서 대표적인 강남 초대형교회는 대표적인 보수 정당의 지지 기반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14대, 17대 대선에서는 강남 초대형교회 지도자들과 강남 파워엘리트 교인들이 교회 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보수정당의 선거운동을 지원하여 ‘장로 대통령’이 두 명이나 탄생하였다. 이러한 영향력은 초대형교회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도시공간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신사동 K교회의 경우, 강남에서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주요 개발지였던 안산, 상계, 일산, 부천과 분당, 수지에 지교회(교회의 지역 지사라고 보면 될 것 같다)를 설립하였다. 도시 개발지에 한정적으로 제공되는 종교전용부지를 모두 확보하면서 K교회는 개신교 중심의 신도시 종교경관 형성에 기여하였다.
신사동 S교회와 서초동에 대형성전을 지은 S교회는 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계획상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신사동 S교회가 분당에 설립한 지교회의 부지는 건축법상 교회설립이 불가능한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설립된 2003년부터 제재 없이 교회를 운영하였다. 이 사실이 공론화되자 성남시는 강제이행금 부과 없이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해당 부지의 용도를 종교부지로 변경해 주었다.
한편, 서초동 S교회는 2009년 현재 위치한 서초역 근처 새성전 건축 당시 공공도로의 지하를 점용하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특정 종교의 공공 재산 사적 사용이라는 논란과 함께 S교회가 당시 교인이었던 서초 지역구 국회의원과 정관계 인사들을 통해 서초구청장으로부터 공공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특혜 정황이 알려졌다. 15년을 버틴 최근에서야 법원에 의해 점용한 공공도로를 원상회복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S교회는 여전히 공공도로를 점유하여 만든 예배당 철거 명령에 불복하고 있다.
서초동 S교회가 예배당으로 점용하고 있는 공공도로 (뉴스앤조이)
가장 신성한 장소인 교회는 이렇게 가장 세속적인 도시와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32년간 개신교 교인으로 살아온 김 씨 입장에서 성장연합으로서 역할하고 있는 초대형교회의 탄생은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도시개발 함께 초고속으로 성장한 초대형교회들은 도시성장의 열매를 우리 사회와 약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맹목적인 성장만을 추구하고 있을까? 지금도 수많은 재건축, 재개발 현장에서 몇몇 교회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굳건히 버티며 대형교회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를 통해 높이 세운 십자가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과 한 교회의 알박기 (시사IN)
도시의 야경을 수놓고 있는 교회의 십자가는 이제 도시를 밝히는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해야 할 것 같다. 예수님도 끊임없는 성장보다 끊임없는 나눔을 더 기뻐하시지 않겠는가. 식민지배와 전쟁과 같이 민족의 아픔을 함께 하며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약자들을 구호했던 순수한 옛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오늘도 창 밖에 빛나는 교회의 십자가를 바라본다. 도시의 십자가는 누구를 위해 빛나고 있을까!
도시를 비추는 십자가의 빛 (국민일보)
존 로건(1946 - )
로건은 1946년에 태어난 미국 사회학자이다. 로건은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사회학계의 그 유명한 세계체제론의 월러스틴 밑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버클리에서 사회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로건은 정치사회학과 역사사회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국가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구이동의 정치적 효과와 스페인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의 억압과 노동자들의 저항에 관해 연구하였다. 로간은 AJS(American Journal of Sociology)에 도시가 교외화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부유층 교외지역, 새롭게 등장한 부유한 교외지역, 그리고 부유한 교외직역 주변에 나타나는 고밀도 빈민층 거주지역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게재하면서 몰로치와 인연을 맺게 된다.
로건은 2004년부터 브라운 대학교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비 몰로치(1940 - )
몰로치는 1940년에 태어난 미국 사회학자로 로건보다 6살 형님이시다. 몰로치는 시카고대학에서 도시사회학을 공부하여 이전에 다룬 버제스의 생태학적 도시모델에 익숙했다. 그 몰로치는 AJS 저널에 성장연합으로서의 도시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이러한 도시생태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하였다. 즉, 도시생태학에서 주장하는 경쟁체계를 통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도시라기보다, 도시 내 각 행위자들의 사회적 연대로 형성되는 도시에 초점을 맞추었다.
로건과 인연을 맺은 뒤 몰로치는 그가 제시한 성장연합의 한계점을 보완하여 지금도 우리 도시에서 성장을 둘러싼 집단 간의 역학 관계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성장연합이론 체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