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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혁 Sep 14. 2024

도시의 자살 vs 살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뒤르켐의 자살론


1. 자살은 自殺인가?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죽는다. 안타깝지만 고등생물이라고 불리는 인간이라고 죽음의 운명을 비껴나갈 수는 없다. 이러한 죽음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자연스러운 노환으로 인한 죽음, 질병으로 인한 죽음, 전쟁이나 폭력에 의한 죽음,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自殺)’이 있다. 여러 죽음 가운데 자살이 차별화되는 이유는 노환이나 질병으로 인한 죽음처럼 자연스럽지 않고, 전쟁이나 폭력으로 인한 죽음 같이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살은 이처럼 부자연스러우면서 개인적인 죽음인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자살 강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24.6명이 자살하여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암, 심장질환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과 함께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옛날부터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30여 년 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8.7명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90년대에 10명 대를 넘더니 2000년대에 20명 대, 그리고 2010년대 초반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현재는 25명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 자살률 동향

    

    왜 이렇게 자살률이 증가한 것일까? 아래 그래프를 보면 1997년에서 1998년 사이,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와 같이 자살률이 유독 많이 증가한 시점이 존재한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혼란기와 일치한다. 거대 기업들의 부도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초래한 1997년 외환위기, 수백만 명이 신용불량자가 된 2002년 카드대란, 그리고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를 일으킨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이다. 최근에도 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커뮤니티에 ‘마포대교’ 언급이 급증하여 관할 경찰서가 순찰을 강화하기도 하였다.     


국내 자살률의 변화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외로움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개인적인 일탈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회·경제적 변화와 자살률 증가의 흐름이 맞물리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살은 정말 개인적인 죽음일까?” 한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누군가가 어두운 골방에 앉아 죽음에 이르는 알약을 손에 쥐고 깊이 고뇌하고 있다. 굳게 닫힌 문으로 인해 그는 물리적으로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이 선 듯, 알약을 삼킨다. 죽음을 선택한 그는 골방에서 외롭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조차 이 사람은 ‘개인적’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 사람을 포함하여 우리는 모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회’라는 것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애 동안 늘 사회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살에 이르기까지도 사회의 영향이 존재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22년 서울의 자살자 수는 2,009명으로, 하루 평균 5.5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특히 한강 다리는 ‘자살 명소’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한강 다리마다 높은 펜스와 생명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고, 다리 끝에서 다리 끝까지 자살 예방 문구가 적혀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강변 빛나는 도시의 고층빌딩을 바라보며 자살하는 사람들의 죽음 역시 개인적인 죽음이기 전에 사회적인 죽음인 것이다.     


'자살 명소' 마포대교의 자살방지 문구

    

    오늘 우리가 만나볼 사회학자는 이렇게 개인적으로 치부되던 자살을 자신만만하게 사회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하였다. 그 렌즈를 빌려 자살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는 어떻게 자살이 행해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2. 뒤르켐의 자살론     


    오늘의 사회학자는 마르크스, 베버와 함께 사회학이의 근본을 정립하여 사회학 3대장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에밀 뒤르켐(E. Durkheim)이다. 뒤르켐은 특히나 ‘사회학’이라는 학문에 상징적인 역할을 했던 사회학자인데, 유럽에서 사회학을 독립된 학문 분야로 가르쳤던 최초의 사회학 교수님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학의 학문적 정립에 뒤르켐을 빼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르켐은 다른 학문과 구별된 사회학만의 연구 방법을 제시하여 현대사회학의 기초를 놓았다. 뒤르켐에 따르면 사회학은 자연 과학과 마찬가지로 객관성을 지니고 사회를 분석하는 실증적인 과학이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그가 제시한 ‘사회적 사실(social fact)’와 일맥 상통한다. 사회적 사실이란 개인들의 외부에 존재하면서 그들에게 강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구조와 규범, 혹은 가치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김 씨가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검은 정장’을 입고 예의 바르게 조문하는 것도 김 씨의 행동을 강제하는 사회구조의 힘인 ‘관습’이라는 사회적 사실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관습은 김 씨가 빨간 정장을 입고 장례식장에서 낄낄 대며 웃지 못하도록 한다.      

    뒤르켐은 사회학의 제1원리로 ‘사회적 사실을 사물로서 연구’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뒤르켐식으로 사회학을 정의하면, 사회학은 우리의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실증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인 것이다. 뒤르켐은 그 무엇보다 개인적 일탈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자살을 사회적 사실의 관점에서 연구하여 ‘사회학’이 무엇인지 학계에 제대로 보여주었다. 자살에 대한 그의 논의는 1897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자살론(Suicide: A study in Sociology)’에 집약되어 있다.      


에밀 뒤르켐과 제목부터 사회학적인 그의 저서 '자살론(사회학적 연구)'


    뒤르켐은 자살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현상이며, 그 원인 역시 사회적 사실인 사회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뒤르켐은 프랑스에서 집계된 자살의 공식적 통계를 조사하여 분석하는 실증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로 뒤르켐은 사회 통합과 사회 규범 정도에 따라 자살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였다. 여기서 통합(integration)이란 사람들이 집합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정도를 의미하고, 규범(regulation)은 개인들에 대한 사회의 구속 정도를 뜻한다.     

    먼저, 이기적 자살(egoistic suicide)이다. 이기적 자살은 사회의 통합 정도가 낮고, 개인이 속한 집단의 결속이 약할 때 많이 발생하는 자살의 유형이다. 뒤르켐은 프랑스의 자살 통계를 분석하여 개신교 신자들의 자살률이 가톨릭 신자들의 자살률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뒤르켐은 강한 사회적 공동체를 이루는 가톨릭 문화에 비해 개인의 믿음과 신앙적 자유를 강조하는 개신교 문화의 통합 정도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사회에 잘 섞이지 못하는 히키코모리의 자살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이타적 자살(altruistic suicide)은 반대로 사회의 통합 정도가 과도하게 강해 사회적 가치를 개인의 가치보다 중시할 때 발생하는 자살의 유형이다. 이슬람 테러단체의 자살 폭탄범일본 가미카제 비행사들의 자살이 이러한 이타적 자살의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 당시 폭탄을 들고 돌격하여 북한의 벙커를 자폭으로 파괴한 우리 국군 육탄 10용사의 이타적 자살 사례가 존재한다. 국가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우선시한 결과였던 것이다.     

    아노미적 자살(anomic suicide)사회의 규범이 무너져 통제력을 잃었을 때, 즉 ‘아노미(anomie)’ 상황에서 발생하는 자살의 유형이다. 뒤르켐에 따르면 아노미는 개인들이 따르던 기존의 삶의 방식, 도덕, 종교적 신념 등의 사회 규범이 무너져 어떤 행위가 적절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상실된 무규범 상태이다. 이는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큰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이웃 간의 긴밀한 유대감이 있었던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도시 환경에서 기존과 같은 끈끈한 정을 느끼지 못해 도시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할 것이다. 이렇게 옛 규범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고, 새 규범들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무규범 상태로 인해 사회적 불안과 혼란 상태가 지속되는데, 이때 자살률이 상승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급증한 자살률이 아노미적 자살을 뒷받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숙명적 자살(fatalistic suicide)아노미적 자살과 반대로 사회의 규범이 개인을 지나치게 통제할 때 발생한다. 억압적인 규율에 매여 아무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의 유형인 것이다. 계급제에 갇혀 있는 노예나 계층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극단적 빈곤층, 강제적인 규범의 통제로 일정 기간 자유를 상실하는 군장병들의 자살이 그 예이다.      


뒤르켐의 자살 유형 분류


    이렇듯 각 사회와 집단마다 자살은 일정한 유형을 따른다. 뒤르켐은 이러한 현상이 사회의 힘, 즉 사회적 사실이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라고 보았다. 뒤르켐의 자살 연구는 개인의 행위 배후에 있는 사회의 영향력을 조명하였고, 이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여겨졌던 자살의 동기를 사회학적으로 설명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이제 우리의 주제인 도시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도시에서는 어떤 유형의 자살이 발생하고 있을까? 뒤르켐의 렌즈를 통해 도시의 맥락에서 자살을 관찰해 보도록 하자.           




3. 도시의 자살


    높은 빌딩과 북적이는 사람들, 화려한 겉모습으로 치장하고 있지만 도시는 사실 아픈 내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도시에서의 삶은 기본적으로 외롭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우선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전통사회에서의 끈끈한 공동체성은 파편화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의 경쟁, 아파트와 같은 분리된 주거양식, 개인주의에 의해 개인들은 사회와 단절되고 사회의 통합 정도가 약해진 것이다. 한편, 사회적 규범의 정도도 함께 약화되었다. 도시에는 전통사회와 비교하여 도시에는 빈자와 부자,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과 생활양식, 다양한 직업군 등 이질적인 배경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회적 규범이 존재하기 어렵다. 월급 200만 원 대인 김 씨와 억대 연봉을 받는 김 씨의 변호사가 따르는 규범은 다르지 않겠는가? 이렇듯 뒤르켐의 렌즈로 현대 도시를  관찰하면, 사회 통합과 규범의 정도가 낮아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실증적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로 한번 가보자. 화성시는 군에서 시 승격 22년 만에 인구 20만 명에서 현재 인구 100만 이상이 된 거대도시이고, GRDP(지역 내 총생산) 91조 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의 성장에는 화성시에 위치한 동탄신도시의 역할이 매우 컸다.      

    동탄신도시는 현재 전국 최대 규모를 가진 신도시로, 200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2015년 경부터 입주가 시작되었다. 신도시의 인프라와 인접한 산업 클러스터로 인해 30대 젊은 층의 전입이 많고, 아이들도 많아 앞으로의 발전이 계속 기대되는 도시이다. 현재 동탄신도시에는 40만여 명이 거주하여 화성시 전체 인구의 42.3%를 차지하고 있다.     


동탄신도시 전경


    그러나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동탄신도시는 화성시 내에서 읍과 면 지역보다도 자살률이 높은 지역이다. 동탄신도시의 자살률은 한 해 평균 21명이 자살한 꼴인데, 화성시 내 자살률이 가장 낮은 마도면에 비해 15배나 높은 수준이다. 상위 행정구역인 경기도는 오히려 자살률이 소폭 하락했으나 동탄신도시는 자살률이 증가하였고. 특히 30대, 40대 인구의 자살률이 높았다.     

    좋은 환경을 가진 도시인데 왜 그럴까? 이러한 현상에 전문가들은 급격한 도시개발과 그에 따른 인구 유입에 따른 공동체성의 약화, 개인의 고립, 부채로 인한 사회 계층의 하향 인식, 상대적 박탈감 등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모두 도시화의 부작용이다.     


동탄신도시의 자살률을 다룬 기사 (화성신문)

 

    동탄신도시가 생기면서 인구가 다양한 지역에서 유입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동체성이 부재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압도적인 아파트 주거양식으로 이웃 간 단절이 발생하여, 타인들과 어울리고 깊은 유대감을 느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뒤르켐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은 이기적 자살을 증가시킨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집이란 것은 대체로 부채를 끌어다가 사는 것이다. 직주근접과 GTX 개통과 함께 동탄신도시의 집값은 20억대를 찍어 전국적으로도 상위권에 위치한다. 이러한 곳에 살기 위해 아마 많은 사람들, 특히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30-40대가 큰 액수의 대출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부채로 인한 경제적 스트레스는 동탄신도시에 입주할 때 그들이 기대했던 상위 계층으로의 손쉬운 이동과 어긋나 있다. 목표와 현실 간의 간극은 무규범 상태, 즉 아노미를 발생시키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또 이웃의 누군가는 경제적 사정이 나을 수도 있다. 자신보다 상위의 사회계층에 위치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아노미적 자살을 더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즉, 같은 화성시 인접 지역보다 높은 동탄 신도시의 자살률은 공동체성 결여와 불명확한 규범으로 연결되는 도시성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4. 도시의 자살? 도시에 살자!     


    자살이 도시성과 무관하지 않다면 자살에 대응하는 방식도 도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도시의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까? 고립된 서로서로를 잇고 지역적 가치관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먼저, 분리된 아파트에서 나와 도시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공공간이 더 많이 조성되면 좋을 것 같다. 단순히 공간만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과거 지역민들을 끈끈하게 연결시켜 주었던 지역 축제처럼 도시에 더 자주 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낮은 사회 통합 수준에서 발생하는 이기적 자살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면 지역적 가치관이 형성되고, 이는 곧 도시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규범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를 사회에 안정되게 묶어주는 규범이 부재해서 발생하는 아노미적 자살도 감소하지 않을까?


동탄의 대표적인 공공공간인 동탄호수공원과 거기서 열리는 지역 축제

    

    사실 자살을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방법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사라지고, 흘러가는 도시에서 우리는 마음 한 구석에 이러한 공동체성과 공통된 규범을 가지고 있던 정다운 전통사회 마을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 이를 구현할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비극적인 자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사회구조에 의한 자살은 결국 사회구조의 변화로 해결해야 하고, 도시는 이를 구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의 자살’을 ‘도시에 살자’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에밀 뒤르켐 (1858 – 1917)


    뒤르켐은 1858년 프랑스 에피날의 오래된 유대인 랍비 집안에서 태어났다. 뒤르켐 자신도 어른들의 기대에 맞춰 랍비가 되고자 공부한 적이 있지만, 이내 종교에 대한 관심이 신학적인 것이 아니라 학문적인 것임을 깨닫고 무신론자가 되었다.     

    뒤르켐은 원래 교사가 되고 싶어서 파리의 고등사범학교에 삼수 끝에 입학하여 철학을 공부하였다. 그런데 뒤르켐이 한창 학업에 열중하던 시기, 프랑스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산업화, 프랑스혁명의 여파 등으로 사회적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불안 속에서 뒤르켐은 어떻게 하면 사회가 안정화될 수 있을까 늘 고민하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사회학에서 찾고자 하였다.      

    1882년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이러한 꿈을 안고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 베를린 대학, 마르부르크 대학 등에서 공부하고, 철학에서 사회학으로 진로를 바꿔 1892년 소르본 대학에서 ‘사회분업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사회학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이후 1902년 소로본 대학 교육학 강사로 일하다가 1906년에 부교수, 1913년에 정교수가 되었고, 교육학과를 사회학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여 유럽 최초의 사회학 교수님이 된다. 이와 함께 프랑스 사회학회의 초대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뒤르켐은 다른 사회과학 분야와 구별된 사회학만의 정체성을 정립하면서 사회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실상 정치, 경제, 법,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던 마르크스와 베버와 달리 뒤르켐은 사회학의 근본에 집중하여 사회학이 도대체 연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한 사회학자였기 때문에, 사회학의 종주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뒤르켐은 당시 뜬구름 잡는 비과학적인 사회학 연구에서 벗어나 자연과학처럼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실증적으로 사회를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이러한 실증주의적 태도는 통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현대 사회학의 근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의 행위에 강제적 힘을 가하는 사회적 사실,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한 분업화로 복잡해진 사회구조를 조명하는 사회분업론,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설명하고자 하는 아노미, 경험과 사실에 입각한 사회학적 방법론, 통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개인적 선택으로 여겨진 자살을 사회적 현상으로 해석한 자살론, 사회적 산물로서 통합에 기여하는 종교의 기능적 역할 등 그가 남긴 이론과 개념들은 사회학만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그는 프랑스 지식인들의 애도와 함께 1917년에 사망하였고, 이후 그의 이론이 미국으로 전달되면서 시카고학파의 도시생태학과 사회의 질서와 안정이 유지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미국의 구조기능론에 큰 영향을 미치며 1950년대 미국 사회학계를 풍미하였다.       

    자살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문제를 가장 사회학적인 문제로 해석하며 사회학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뒤르켐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사회학 교과서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 중 한 명으로 다뤄지고 있기에 진정한 사회학의 종주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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