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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레몬 Jan 26. 2023

09. 나의 지구와 고양이를 위해서

     


“아마 10년 후에는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히 누려왔던 걸 누리지 못할 거야. 어쩌면 지금이 우리가 건강한 음식을 마음껏 먹는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몰라.”     


“에이, 설마 그렇게 될까? 우리 다음 세대 이야기겠지. 우리까지는 괜찮을 거 같은데.”     


“글쎄다. 근데 당장 올해 여름 시금치가 만원이었잖아. 기후 때문에 시금치가 다 녹아서.     


“그건 그렇네.”     


땡볕이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친구와 함께 불타는 듯 뜨거운 거리를 걸으며 나눈 대화였다. 손에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들려있었고, 날씨가 더워서 아메리카노는 금방 바닥을 보였고, 습관처럼 텅 빈 컵을 버리려다 문득 전날 본 다큐멘터리가 생각이 났다.      


날씨가 너무 더워 아스팔트 길에는 아지랑이가 피어났고, 사람들 입에서는 연신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말 기함할 정도의 더위에 사람들이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은 기후위험이 향후 10년 동안 글로벌 위험 인식의 핵심이라고 발표했다. 2022년 4월에는 천명이 넘는 NASA 기후과학자들이 체포 위험을 무릎 쓰고 시위를 했다.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다 같이 멸망의 길로 들어선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로 이어진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향후 30년 동안 농작물 수확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었으며, 2030년까지 세계 옥수수 수확량이 24% 감소한다는 등의 연구 결과도 있다. 당장 2022년 여름과 가을을 생각해보자. 시금치가 한 단에 만원을 웃돌아 시금치가 정말로 ‘금’치가 되었다며 경악하는 뉴스가 연달아 나왔었다. 채소 값은 폭등하고, 한동안 패스트푸드점에서 양상추 대신 양배추를 넣어주는 웃지 못 할 해프닝까지 있었다. 고기를 먹기 위해 고기 집에 가면 ‘상추 절대 리필 불가능’이라는 문구가 걸린 인증샷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녔다.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폭한에 시달린다. 이 역시 기후변화 때문이며 앞으로 이변 없이 우리가 이러한 생활을 지속하는 한 여름에는 더욱 심한 폭염이, 겨울에는 더욱 심한 폭한을 맞게 될 것이라고 기후학자들은 말한다. 지난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 연어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뉴스에 보도가 되었었다.      


영구동토층이 녹아 과거 탄저균이 되살아나 순록들이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영구동토층이 모두 다 녹으면 어떤 바이러스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코로나로 힘들 때가 좋았다고 코로나 시절을 그리워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기후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현재까지 누렸던 것들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시간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10년 후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 비약이 심하다고 한다. 물론 10년 후에 갑자기 지구가 멸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 시금치 한 단이 만원이 되어 서민층이 쉽게 구입하지 못했던 것처럼, 몸에 좋은 식료품 값은 가파르게 치솟을 것이고 지갑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은 감히 ‘신선한’ 제품을 사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폭한과 폭염이 지속된다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땅은 점점 좁아질 것이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살기 좋은 땅을 비싼 값을 내고 살 수 있겠지만 서민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때쯤 되면 지금처럼 난방을 마음껏 틀수도 없지 않을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 당장 모든 경제활동을 멈추고, 소비활동을 멈추고, 고기는 절대 섭취를 금지하는 것은 실행하기 어렵다. (사실 기후학자들은 당장 이렇게 해도 기후를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환경운동가들만큼 훌륭하고 완벽하게 환경운동을 하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환경에 최대한 폐를 덜 끼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뒤 내 꿈은 아파트를 매매해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이다. (현재는 없다) 아파트를 사던, 고양이와 함께 살던, 모두 지구가 온전해야 모두 가능한 일이다.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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