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한정판 굿즈가 너무나 많다. 스타벅스에는 시즌별로 굿즈가 나오고(심지어 올해는 환경의 날이라며 환경의 날 한정판 굿즈도 출시했다) 영화나 이벤트가 있을 때 한정된 인원만 살 수 있는 스페셜 굿즈가 꼭 출시된다. 아이돌 덕질을 할 때도 굿즈는 필수다. 돈은 또 모을 수 있지만 이 굿즈는 돌아오지 않아! 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굿즈가 시즌별로 출시된다. 옷과 신발 역시 시즌을 맞이해서 이 시즌에만 ‘특별하게’ 출시된 제품들이 많다. 마치 이 특별한 한정판을 사면 특별한 만족감이 들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한정판을 구입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건 잠시 뿐, 시간이 지나면 눈에 익은 디자인으로 인해 따분함을 느낀다. 친구 A양은 한동안 시즌마다 스타벅스 텀블러를 모으는 재미에 살았는데, 이제는 그 텀블러들이 처치곤란이라 매우 난감해한다. 중고시장에 저렴한 가격에 팔기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며 텀블러를 처리하는 중이다.
나는 한동안 아이돌 굿즈에 진심이었다. 이 한정판을 사야 내 사랑이 증명이 되는 것 같고,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충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장은 다시 채우면 되지만 지나간 내 새끼(아이돌 판에서는 최애를 이렇게 부른다)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참 열심히도 굿즈를 사 모았었다. 하지만 평생 가는 애정이 어디 있고, 평생 지속되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탈덕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불쑥 찾아왔고 아이돌을 향한 나의 사랑은 빠르게 식어갔다. 탈덕 후 한정판 굿즈들은 짐이 되었다. 짐덩이가 된 굿즈들의 사진을 찍고, 중고 시장에 올리고, 아직 탈덕 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어도 끝이 없었다. 한정판을 사서 느낀 뿌듯함은 잠시뿐이었다.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단번에 뛰어 들어가 피규어를 쓸어 모으고 싶었지만 참았다. 인생에서 변수는 많고, 지금은 갖고 싶은 피규어가 언제 짐덩이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스페셜 굿즈를 갖는다고 내가 스페셜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갖고 싶은 걸 다 갖지 않을 때 약간의 아쉬움은 추억을 아름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