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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레몬 Jan 24. 2023

06.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물건을 구입할 때 우리는 흔히 주변에서 조언을 얻고는 한다. 특히 오래 쓸 물건일수록 심혈을 기울여야하기 때문에 주변의 지혜를 얻는다.




예전에 가방을 새로 구입하려 고민할 때 주변에서 추천받은 가방은 수백만원짜리였다. 정말 다들 이런 걸 든다고? 이렇게 비싼 걸 손에 들고 다닌다고?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다들 집에 명품가방 한 두 개쯤은 있더라.


‘우리 나이에 이 정도는 들어야지.’

‘너무 싼 거사면 우습게 봐.’

‘가방은 이 정도는 기본인 것 같아.’

‘우리 나이에 저가 브랜드를 어떻게 들어.’


다들 수입이 어떻게 되는 걸까? 물론 실수령 월급이 높은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평균 30대 직장인 월급을 받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구경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백화점을 둘러보고 인터넷 쇼핑에 검색도 해보았다. 백화점 점원이 ‘요즘 30대 사이에 인기가 높은 가방’이라고 소개한 가방은 사백만원이었고, 인터넷에서 ‘30대가 선호하는 가방’이라고 올라온 가방들은 기본 수백만원이었다. 


정말 이 가방들이 내 생활비 몇 달치의 가치가 있는 걸까? 내 나이는 이정도의 가방은 필수이고 이런 가방이 없으면 무시 받는 걸까? 


아니, 무엇보다 내가 이 가방을 정말 사고 싶은걸까?


결과적으로 나는 그 가방을 사지 않았다. 명품 가방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건 아니었다. ‘이 가방을 원하는 욕망이 나의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약 연봉이 지금보다 훨씬 높으면, 명품가방이 내 몇 달치 생활비가 아니라면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방의 가격은 현재 내가 부담하기에 너무 높은 가격이었다. 무엇보다, 목 디스크로 인해 어깨가 아픈데다 보부상이라 짐을 잔뜩 짊어지고 다니는 나에게 가죽가방은 너무 무거웠다. 가죽 자체의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선호하는 옷 스타일과도 맞지 않았다. 평소 캐주얼하면서 편한 옷과 운동화를 선호하는데, 이런 옷과 명품가방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비나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나는 젖더라도 가방이 젖지 않게 얼싸안고 뛰어갈 것이고, 어디에 가방이 흠집이라도 나는 날에는 속상해서 하루 종일 흠집 난 곳만 바라볼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무엇보다, ‘이 가방을 내가 정말 원하는 가?’ 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이 나왔다. 누군가에게는 가방이 분명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물건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방은 물건을 아무거나 많이 담을 수 있도록 넉넉해야하고, 어깨에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게 가벼우며, 긁혀서 기스가 나도 괜찮은 소모품이어야했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나는 어디에 돈을 쓰고 싶은 걸까?


이 질문이 머리에 떠올라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1. 여행 – 나는 여행 다니는 것이 정말정말 좋다. 베드버그(빈대)가 나오는 곳만 아니면 숙소는 아무데나 자도 좋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곳을 가보고 싶다.

2. 사진 –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는 게 정말 좋다. 렌탈서비스를 알차게 이용중이지만 언젠가 정말 마음에 드는 카메라를 만나게 되면 구입하고 싶다.

3. 공연 – 특별한 날에 좋은 공연이 있다면 공연을 보는 것에 돈을 쓰고 싶다. 그때의 좋은 기억으로 일 년을 살게 되니까.

4. 레슨 – 영어 스피킹 레슨을 끊고 싶다. 영어 스피킹을 오랜 시간 하지 않았더니 입이 굳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은 위의 4가지였다. 알고 보니 나는 같은 돈이 있다면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경험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결국 가방은 사지 않는 대신 국내여행을 하고, 좋은 사진을 많이 찍고, 연말에는 가족과 좋은 공연과 불꽃놀이를 보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리고 새해 이벤트로 50프로 할인하는 캠블리를 결제했다. 


무언가를 구입하기 전 항상 고민한다. 이걸 갖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나의 것일까? 아니면 주변에 휩쓸리는 걸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나에게 솔직해지면 정답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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