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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레몬 Jan 25. 2023

07. 공짜라도 안 받을게요

증정품의 시대이다. 특별한 이벤트나 행사가 있을 때는 항상 증정품 이벤트가 따라온다. 커피를 사도 텀블러가 증정품으로 같이 오고 지난번엔 미술관을 갔더니 에코백을 증정품으로 받았다. 책을 사면 대형 브로마이드가 같이 배송되고, 감사 이벤트로 팔찌나 반지는 셀 수도 없이 많이 받았다. 무료로 준다니 굳이 안 받을 필요도 없어서 모두 받았더니 어느새 집은 쓰지 않는 무료 증정품들로 가득했다.


버리기엔 너무나 멀쩡하고, 내가 쓰자니 필요 없는 것들로만 채워진 수납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우선 텀블러, 카누를 사면 텀블러가 같이 온다. 그렇게 안 쓰는 텀블러만 10개 넘게 수납장을 차지한다. 요즘은 에코백을 증정품으로 주는 게 유행이라 행사장에 다녀오면 기본으로 에코백 한 두 개쯤은 받는다. 그렇게 받은 에코백도 벌써 10개가 넘었다. 


텀블러의 친환경 효과를 누리려면  1개의 텀블러를 수천 회에 걸쳐 활용해야 한다. 텀블러를 생산하거나 없애는 과정에서 종이나 플라스틱 컵 등의 일회성 용기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에코백 역시 마찬가지다. 에코백을 만들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할 때, 에코백 하나를 131번은 재사용해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쓸모없는 텀블러와 에코백을 쌓아놓고 쓰지 않는 건 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나의 생활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 쓰는 물건을 보고 죄책감이 들고 가슴이 답답해지니까 말이다. 결국 증정으로 받은 텀블러와 에코백을 꼭 필요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을 했다. 직장에서 전용으로 쓰는 텀블러 하나, 카페 갈 때 들고 가는 텀블러 하나, 그리고 자주 사용하는 에코백 두 개만을 남겨두었다. 에코백은 구멍이 날 때까지 사용할 예정이고 텀블러는 운이 나빠서 잃어버리거나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될 때까지 사용할 예정이다. 


이제는 꼭 필요한 물품이 아니면 증정품을 아예 받지 않는다. 인생작인 슬램덩크 포스터도 아예 받지 않았다. 잠시 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포스터를 보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나 이사를 자주하는 나에게는 곧 짐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디 나보다 슬램덩크를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 포스터를 받아가서 포스터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오래오래 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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