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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ae Shin May 19. 2020

불멸의 건축 03

젠느 대사원 ( great mosque of  djenne )

건축법에서 재축(再築)이란 “건축물이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재해(災害)로 멸실된 경우 그 대지에 다시 축조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신축, 재개발, 재건축 등 새로 짓는 것이 건축의 주류인 상황에서 재축된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건축의 의미를 돌아보고자 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지구상에서 흙으로 만든 건물로는 가장 큰


이 건물은 한 변의 길이가 55m 정도인 마름모 형태를 하고 있다. 가로 50m × 세로 25m 크기의 국제 규격 수영장이 두 개나 들어가는 규모다. 외벽 높이는 10m 정도로 3층 건물 높이와 비슷하고, 정면에 있는 3개의 타워는 높이가 어림잡아 20m 정도 된다. 현대건축에서도 이 정도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큰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800년 전에 흙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라면 어떤가? 8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흙으로 만들어진 건물 중 지구 상에서 가장 큰 규모인 이 건물은 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젠느(Djenne)」에 있는 젠느 대사원(great mosque of djenne)이다.  

「젠느」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사막인 사하라 사막의 남쪽 경계에 위치한다. 사막의 경계라고는 하지만, 우기에는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사바나 기후 때문에 급격히 불어나는 강의 수위를 대비하는 계획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가로 75m × 세로 75m 정도의 크기로 높이 2m 정도의 기단을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이 기단 위에 가로 55m × 세로 55m 높이 20m 규모의 대사원을 세워졌다. 사원 앞은 넓은 광장을 만들고, 도시의 중심가로 가 지난다. 정치 및 종교적 의미뿐만이 아니라 경제 및 광역교통의 거점으로서 도시의 상직적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젠느 대사원은 규모와 상징성도 주목받지만, 독특한 외관도 눈에 띈다. 우리에게 익숙한 건물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산업화된 재료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대부분 반듯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반죽된 흙으로 만들어서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외관을 하고 있는 젠느 대사원은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기후와 환경이 「젠느」와 비슷한 서아프리카의 Sahel 및 Sudanian 목초지 지역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전통건축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쩌면 더 자연스럽고 환경에 더 적합한 건축일 것이다. 특히나 800년 이상의 긴 역사와 약 3,000㎡ 정도의 큰 규모를 갖추고 있어 이 지역 건축양식(Sudano-Sahelian architecture)을 대표하는 건축물로서 손색이 없다. 이런 지역대표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아 젠느 대사원은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금은 말리제국의 전성기였던 중세의 영광스러운 모습도 되찾고 인류문화의 중요한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유럽에 처음 소개되었던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젠느 대사원은 버려진 폐허였다. 지금의 모습으로 재축되기 전 폐허의 모습은 1893년의 엽서에서 살펴볼 수 있다. 흙벽과 타워는 촛농처럼 흘러내리고, 조금씩 보이는 목재와 기단의 흔적으로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지경이었다. 도대체 젠느 대사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젠느」에 정착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세 기부 터고 9세기경에는 이미 도심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가장 역사가 깊은 도시이고, 중세에 이 지역에서 융성한 말리제국(mali empire)의 중심 도시였다. 지정학적으로 동-서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어서 교역 거점으로 매우 중요했고, 교육과 문화교류의 중심이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이었는지 말리제국은 1230년경 이곳에 제국의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사원을 건설한다. 이후 17세기 중반까지 450년간 말리제국은 서아프리카의 맹주로서 대제국으로 성장한다. 「젠느」는 말리제국의 정치, 종교, 경제 중심지로 크게 번성하며 전성기를 누렸고, 이런 「젠느」의 중심은 언제나 젠느 대사원이었다.      


그러나 17세기 중반부터 말리제국의 세력이 약해졌고, 「젠느」는 다른 세력에게 점령되고 만다. 새로운 통치자는 종교가 같은 이슬람 세력이었지만, 기존 사원들을 인정하지 않다. 기존 사원들은 모두 폐쇄되었고 새로운 사원이 건설되었다. 젠느 대사원은 버려졌고 이렇게 방치되자 곧 폐허가 되었다. 1810년대의 일이다. 그 후 프랑스의 탐험가 René Caillié 가 「젠느」에 도착한 것은 젠느 대사원이 버려지고 10년 뒤였다. 그는 젠느 대사원을 두 개의 거대한 타워가 있는 매우 큰 규모의 사원이라고 묘사하고, 버려진 수천 개의 제비둥지와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유럽에 전했다. 영광스러운 젠느 대사원은 이렇게 냄새나는 흙더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시 부활


19세기. 아프리카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던 프랑스는 서아프리카 내륙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1880년부터 말리를 식민지에 편입했고, 1893년에는 프랑스 군대가 「젠느」를 점령한다. 젠느에 입성한 프랑스는 폐허가 된 젠느 대사원을 1907년에 재축했다. 버려진 지 10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재축을 마친 프랑스는 제국주의적 입장에서 젠느 대사원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한다. 1931년 열린 프랑스 엑스포에서 서아프리카 식민지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젠느 대사원을 소개했다. 또한 1947년 french west africa에서 발간한 우표에 젠느 대사원을 담았다. 프랑스 제국주의의 목적은 따로 있었겠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젠느 대사원이 서아프리카 건축의 상징인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1931년 엑스포는 제국주의 프랑스로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세계 곳곳에 있는 식민지 지역의 대표 건축물들의 복제 건물을 프랑스에 만들어서 전시하며 제국의 영광을 크게 홍보했다. 이때 서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엑스포에 복제되어 전시된 건물이 젠느 대사원이었다. 이 복제 건물은 이슬람교 사원으로서 종교적 기능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Missiri Mosque라는 종교적 이름으로 지어졌다. 이 건축물은 젠느 대사원의 재료인 흙으로 만들어지지는 않고, 붉은색 시멘트로 반죽한 콘크리트로 건설되었다. 지금도 남아있는 Missiri Mosque는 복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1987년 프랑스 문화유적(French historic monuments)으로 등재되었다. 문화재로서 가치와 의미는 젠느 대사원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의미와는 다르지만, 어찌 되었든 복제 건축물도 문화재로 등록된 특이한 경우다.     


replica : 복제품


또 다른 젠느 대사원의 복제 건축물이 우리나라에 있다. 서귀포시 중문 관광단지에 2005년 개관한 ‘아프리카박물관 제주‘는 젠느 대사원의 겉모습을 모방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이 건물의 장식과 위부는 황갈색 페인트를 섞은 뿜칠로 마감되었다. 프랑스에 있는 복제 건물 Missiri Mosque와는 달리 내부 공간은 원본과 유사성이 전혀 없고, 장식적인 겉모습만 흉내 냈다. 젠느 대사원의 의미보다는 시각적인 호기심을 끌기 위해 낯선 문화의 이질적이고 특이한 외형만 차용한 것이 아쉽다.     

프랑스와 한국에서 복제된 두 건물이 내구성이 강한 현대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흙으로 만들어진 젠느 대사원은 비만 오면 벽면이 씻겨나가고, 심하면 종종 무너지기도 한다. 2m 높이의 기단이 우기에 불어난 물로부터 대사원을 지켜주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정면 세 개의 탑 워 중에 하나가 무너지는 심각한 사고도 있었다. 당시 사진을 보면 타워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붕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붕괴가 아니더라도 우기가 지나면 지속적으로 보수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보수하고 필요하면 지속적으로 재축을 한다.      


해마다

매년 보수를 할 때면, 도시의 모든 남녀노소가 대사원의 보수에 참여한다. 노인들은 건초를 자르고, 여자들을 물을 기른다. 농부는 가축을 이용해 흙을 밟아 반죽하고, 아이들은 반죽된 흙을 고사리 손으로 들고뛴다. 젊은이들은 대사원의 벽을 기어올라 아이들이 가지고 온 흙 반죽을 고루 펴 바른다. 얼굴과 손에는 모두 흙이 묻었지만 도시는 축제 분위기로 활기가 넘친다. 시민들은 모두 각자의 집을 매년 보수해왔던 준비된 건설 전문가인 샘이다. 이 과정은 며칠간 지속되는데 이 광경을 지켜보고 참여하기 위해 해마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젠느를 찾아간다. 이렇게 젠느 대사원은 해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어쩌면 반복되는 재축의 운명을 타고난 건물인 것 같다.     

흙으로 만들어져서 매년 보수와 재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문제점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 가능하고 영구적인 건축물로 유지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건물보다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800년간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 젠느 대사원은 오늘도 재축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천년의 도시 젠느와 젠느의 시민들이 있는 한 젠느 대사원은 불멸의 건축으로 남을 것이다. 


djenne mosque의 재축 연혁     

13세기전후 말리제국(Mali Empire) 시기에 첫 번째 대사원이 만들어짐
19세기초 Djenne를 점령한 Seku Amadu가 기존 사원을 폐쇄하면서 폐허가 됨
1907년 프랑스 제국이 폐허 위에 두 번째 대사원을 재축
1960년 말리공화국 독립
1988년 젠느(Djenne) 구시가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2009년 정면 타워 붕괴
2019년 젠느 시민들이 힘을 모아 씻겨나간 외벽과 무너진 곳을 매년 보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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