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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ae Shin May 19. 2020

불멸의 건축 02

글라스 큐브 ( apple 5th avenue glass cub)

건축법에서 재축(再築)이란 “건축물이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재해(災害)로 멸실된 경우 그 대지에 다시 축조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신축, 재개발, 재건축 등 새로 짓는 것이 건축의 주류인 상황에서 재축된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건축의 의미를 돌아보고자 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iPhone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50%를 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네 명 중 한 명이 iPhone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절대강자라고 할 수 있겠다. 이 iPhone을 만드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iPhone 외에도 iMac, iPod, iPad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제품들은 모두 혁신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 개발하고, 단순하지만 일관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열광시켰다. 거기에 자사 제품만 판매하는 전용공간까지 확장시켜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완성했다. 그래서일까?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그 배경은 항상 「애플스토어」였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애플스토어」들 중에서도 뉴욕의 「애플스토어」는 「애플」 소비자들에게 성지 같은 곳이다. 디자인 과정에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관여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유리로 만든 투명한 정육면체 형태가 「애플」의 기업 이미지를 건축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건축물이 이번에 소개할 apple 5th avenue glass cube다.     

apple 5th avenue glass cube는 가로 × 세로 × 높이가 각각 9m인 투명한 정육면체다. 건축물로는 작은 크기지만, 주변의 대형건축물들과 대비되어 특별해 보인다. 폭 3m, 높이 9m의 대형 유리 15장으로 만들어진 작지만 투명한 이 건축물은 「애플」을 상징하며, 인접한 20세기 건축물들과 겨루기라도 할 기세로 서있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처럼 작지만 당당하다. 


유리를 사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단점도 있었다. 투명한 유리는 glass cube의 디자인 의도를 잘 표현하지만, 충돌에 강한 재료는 아니다. 안타깝지만 2014년 1월 21일 제설차 충돌하는 사고로 glass cube의 유리는 산산조각 났다. 사고의 전말은 이렇다. 뉴욕은 심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고, glass cube 주변에서 제설작업 중이던 제설차가 glass cube에 충돌한 것이다. 15개의 대형 유리로 구성된 glass cube를 만드는데, 약 670만 달러(2011년 기준)가 소요되었으니, 유리 1장당 대략 45만 달러 정도로 계산해보자. 단순 계산으로 1장에 4억 원 정도 하는 유리가 파손된 것이다.

당시 트위터 등 SNS는 이 사고소식을 전했고, 그중 일부 네티즌의 글에서 깨진 유리가 아름다운 작품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런 반응을 이해하려면 강화유리의 깨짐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강화유리와 일반 유리는 깨지는 형상이 다르다. 일반 유리는 충격지점에서 방사형으로 갈라지며 길게 깨진다. 반면 강화유리는 깨질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표면장력이 파괴되면서 충격지점과 상관없이 유리판 전체가 작은 조각으로 산산이 깨진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 유리가 파손되는 모습과 비슷하다. 다행스럽게도 glass cube의 유리는 필름이 붙은 강화유리(laminated tempered glass)였다. 그래서 3 m×9m의 대형 유리가 깨졌지만, 깨진 조각들은 필름에 붙어있었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친 사람이 없었고, 행인들은 깨진 유리를 아름다운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뉴요커들의 감성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곧 이루어졌다.


「애플」 입장에서는 많이 속상했을 것이다. 2006년 첫 번째 glass cube를 완성하고, 겨우 5년 만인 2011년에 개축했는데, 개축 2년 뒤에 제설차 충돌 사고로 유리가 깨졌기 때문이다. apple 5th avenue glass cube의 개축 과정은 이렇다.


첫 번째 glass cube는 사고가 있기 8년 전인 2006, BCJ (Bohlin Cywinski Jackson) 건축사사무소에서 9m(가로) × 9m(세로) × 9m(높이) 크기인 투명한 정육면체로 디자인을 했다. 전체 크기와 사용된 재료가 유리라는 것은 지금과 같다. 하지만 이때 사용된 유리는 약 1.5m(가로) × 3m(높이) 정도의 크기로 지금 유리보다 훨씬 작았다. 이렇게 작은 크기의 유리로 만들다 보니 90장이나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연결 부분이 많아지고 결속을 위한 부속들도 많아졌다. 투명한 정육면체라는 건축개념은 좋았지만 구축된 모습은 만족스럽지 못했을 것 같다. 

「애플」의 디자인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을까? 첫 glass cube는 오래가지 못하고 5년 만에 개축된다. 크기와 형태는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사용된 유리는 90장에서 15장으로 개수가 대폭 줄었다. 그만큼 유리 한 장의 크기는 커졌다. 두 번째 glass cube에 사용된 15장의 대형 유리는 중국에서 만들고 태평양을 건넌 뒤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해서 뉴욕까지 긴 여정을 했다. 2011년의 개축에서 「애플」은 glass cube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640만 달러를 섰다.      


개축된 두 번째 glass cube에 사용된 약 3 m×9m 유리 크기를 대략 가늠이라도 해보자. 건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의 아파트와 비교하면, 3층 정도 높이다. 국내에서는 동화면세점이 입점해 있는 광화문빌딩의 로비에 가면 비슷한 크기의 유리를 볼 수 있다. 이 유리의 폭은 약 2m 정도이고, 높이는 약 8m 정도이다. 국내 최대 유리인 만큼 광화문빌딩 로비에서 느껴지는 투명성은 훌륭하겠지만 확인은 어렵다. 홍보물이 전면 유리를 덮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는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의 유리(float glass) 생산방식은 1956년 상용화되었는데, 이론상으로는 원하는 길이만큼 유리를 뽑아낼 수 있다. 가래떡을 뽑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유리의 가공, 운반, 설치 작업도 염두하면 적절한 크기로 자르는 것이 필요하다. 2011년 개축은 더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유리를 적용했다. 그리고 생산, 가공, 운반 그리고 설치까지 모든 과정에 최초가 붙는 어려운 도전을 한 것이다. 그래서 2011년 개축된 두 번째 glass cube가 갖는 건축적 의미는 크다.      


최근 세 번째 glass cube가 공개되었다. 완전한 투명성을 지향했던 두 번째 glass cube와는 달리 세 번째 glass cube는 특수필름을 사용해서 다양한 색이 겹쳐 보이도록 했다. 부드러운 자연광을 지하 매장까지 유입시키는 독특한 천창들도 추가되어 내부 공간의 분위기를 변한 것도 주목된다. 이 작업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Foster & Partners 건축사사무소의 디자인이다.  


지난 15년 사이 「애플」은 기업을 상징하는 glass cube를 두 번씩이나 개축했다. 변화와 혁신을 지향하는 IT기업「애플」답다. 이런 「애플」이라면,  몇 년 뒤 또다시 개축이나 리모델링을 하지는 않을까? 다음 개축을 한다면, 어떤 개념으로 어떤 모습의 개축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리고 5th avenue glass cube는 21세기 불멸의 건축으로 남지 않을까?


apple 5th avenue glass cube의 개축 연혁

2006 Bohlin Cywinski Jackson 90장의 유리로 만든 첫 번째 glass cube 완성
2011 Bohlin Cywinski Jackson 15장의 유리로 만든 두 번째 glass cube 개축
2014 snowblower smashed glass panels 눈을 치우던 제설차가 충돌하여  유리를 파손
2019 Foster + Partners ; semi-reflective, multicolored 필름으로 감싼 세 번째 glass 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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