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하늘을 수놓던 노란 단풍이
며칠 새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옷을 뺏긴 앙상한 가지에는 그저
찬바람만이 걸려있다.
바야흐로 겨울이 온 것이다. 난 오래 묵어둔 외투와 함께 러브레터를 꺼내 들었다. 겨울은 나에게 러브레터의 계절이다. 수능이 끝나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러브레터를 보게 되었다. 하얀 눈의 배경만큼이나 순수한 감성과 가슴 먹먹한 이별의 모습을 담은 수작이었다.
내가 그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인 히로코가 숨을 한껏 참고 있다 이내 탁 뱉어버리며 하늘을 보는 장면이다. 조난을 당해 죽은 연인을 생각하며 연인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라도 느껴보는 가슴 아픈 장면이다. 그녀는 그를 잊지 못했고 아직 보내주지 못했다.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회피하고 묻어두려고만 했던 그를 추억하면서 어떨 땐 울고 귀여운 질투도 하며 그녀는 그를 보내주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오겡끼 데스까?” 장면에서는 그저 감내하며 조용히 삭힐 줄만 알던 그녀가 주체 없이 감정을 쏟아낸다. 이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만이 그의 상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녀는 함께한 시간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상실에 대해 마주하는 현명한 자세를 배웠다.
누구든 이별과 상실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뻐근히 당기고 멍해지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러브레터를 보면 한 가지는 깨닫게 된다.
당신은 이미 많이 아팠고 그 아픔은 당신의 탓이 아니며 더 이상 그렇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