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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구원프로젝트
by 매실 Jul 08. 2018

육아, 누구 말이 맞는거야?

[요즘의 육아가 힘든 이유 (4)] 너무나 많은 선택지   


각종 기술 발전과 복지혜택에도 불구하고 왜 엄마들에게 부여되는 '육아'는 과중해질까. '요즘의 육아가 힘든 이유'에선 어린아이를 키우며 겪는 못 자고 못 먹는 육체적 어려움 이외에 '육아 방법'과 '환경조건'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전 글에서 아이들을 방임했던 과거의 부모들과 달리 현대 부모들은 자기 아이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썼다. 아이들의 미래가 전적으로 부모의 역량에 달렸다는 확신이 유포되었고, 부모들은 아이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정서적 가치를 얻는 대가로 그만큼의 비용과 노력 역시 지불한다. 이번 글에선 달라진 육아 환경을 좀 더 들여다보려 한다.



ⓒ unsplash


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세 시간마다 젖을 주는 '밤중수유'로 좀비가 되던 시절, 어떻게 하면 '통잠 자는 아기'로 만들지 고민하며 온갖 책을 뒤적거렸다. <베이비위스퍼>, <잘 먹고 잘 자는 아기의 시간표>, <잠들면 천사>, <프랑스 아이처럼> 등. 아기가 울어도 바로 안아주거나 젖 물리지 않았고 오후 7시만 되면 모든 커튼을 치고, 시체처럼 누워 아기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친정 부모님은 이런 나를 보며 울 때마다 젖 물리면 그만이고, 안 자면 재우지 말라고 하셨다. 반면 소아과 의사들의 '과학적 육아서'에는 밤 10시 이전, 심지어 8시부터 재우지 않으면 성장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쓰여 있었고, 젖 물고 자는 습관을 들이면 깰 때마다 엄마를 찾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아기에게 수시로 젖 물리면서 '평화롭게' 재우는 엄마들을 보면 아기와 애써 씨름할 필요가 있는 걸까 헷갈렸고, 젖 물려 재운 탓에 세 돌 넘어서까지 가슴을 만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 흔들렸다. 엄마 없이 혼자 뒹굴뒹굴하다가 잠든다는 '천사 아기'는 대체 어디 있는지, 내가 뭘 못 하는지조차 파악 안 되던 날들이었다. 그러다 최종 답안은 '시간이 약이다'로 수렴되곤 했다. 

수면 문제뿐이랴. 이유식만 해도 생후 6개월부터 철분을 위한 소고기 섭취가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만, 아기들에게 과한 단백질과 육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채식 위주의 이유식도 있다. 식재료 덩어리를 자기 손으로 직접 먹게 하는 '아기주도 이유식'도 등장했다. 

물 말은 밥에 간장 찍어 먹인 어른들이 보기엔 유난도 이런 유난이 없을 테다. 그렇지만 정성 들인 '엄마표 이유식'을 유치와 소화기관 발달에 따라 단계별로 진행하지 않으면 편식이나 씹기를 거부하는 '섭식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어찌 안 따르고 배길 수 있을까. 

내 아이는 아무리 잘 해 먹여도 덥석덥석 먹지 않았다. '8개월부터 된장국에 밥 말아 줬더니 더 잘 먹는다'란 말과 '일찍 어른 음식 먹였더니 짜거나 단 것만 찾는다' 사이에서 고민하다 찾은 식습관의 최종 답안은 '잘 먹는 건 타고나는 거다'라는 정신승리였다.



아이에게 맞는 답, 어떻게 찾나 



"(과거엔) 어떤 개인이 아무리 무지하고 서투르다고 하더라도, 이런 개인들 뒤에는 다중의 확신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부모는 그것을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마거릿 미드, 인류학자)." - 제니퍼 시니어 <부모로 산다는 것>, p223

우린 "다중의 확신"이 상실된 시대에 살고 있다. '공통의 기반과 합의된 상식'이 부재함을 느낀다. 이 좁은 땅덩이에 온갖 나라의 육아법이 난무한다. 혼자 잘 먹고 잘 자는 아이로 키운다는 프랑스 육아, 적당한 느슨함으로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스웨덴 육아, 다그치지 않고 욕심내지 않는다는 핀란드 육아, 엄하게 키운다는 독일육아. 훈육, 방임, 통제, 애착에 대한 각양각색의 조언이 범람하고 자기네 방법이 옳다고 주장하는데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심지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저마다 말이 다르고 한때 정설로 믿었던 가설이 뒤집어진다. 어떤 세대는 분유를 선호했지만 요즘 세대는 산후조리원에서부터 '모유수유 훈련'을 실시한다. 훈육을 생후 24개월 이전부터 하느냐 아니면 그 후에 하느냐를 두고도 논란이다. 한글과 영어교육 시기를 두고도 공방을 벌이는데 '육아산업' 종사자들은 '결정적 학습 시기'를 놓치면 큰일 날 듯 말하지만 반박 또한 거세다. 이 뿐 아니다. 콧물 나서 소아과에만 가도 의사마다 처방이 다르다.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처럼 정답이 하나만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우리는 '주관식'의 세계에 산다. 답이 없다는 말은 모든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만 내 아이에게 맞는 답을 찾기까지는 길을 하염없이 헤매야 한다. 

"엄마는 자신의 성격대로, 그리고 습득한 육아정보대로 자녀를 양육합니다. 엄마의 양육방법이 우연히 아이의 발달특성과 잘 맞물리면 엄마가 목표한 대로 아이가 잘 자랍니다. 이럴 때 '엄마하고 아이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표현을 하지요. 하지만 저의 임상경험으로 봤을 때 이런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는 엄마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해도 양육법이 아이의 발달특성과 맞지 않아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 김수연, 강영숙 <엄마가 행복한 육아> p24

온갖 혼란과 방해를 이겨내 굳건한 소신을 탑재하고 하나의 노선을 채택해도 아이와 나에게 잘 맞을지 확신할 수 없다. 불행히도 80%의 엄마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를 뜻대로 키우지 못한다는데, 나도 그 범위에 속했다. 

뱃속에서 열 달 길러 나왔지만 어찌 자식을 알겠는가. 겪어가며 알아갈 뿐이다. 이 과정에서 체력과 정신력, 시간을 상당히 소모한다. 책 육아가 좋다 해서 전집을 잔뜩 사도 아이가 따라주지 않을 수 있고, 활동적인 신체놀이를 해줘도 아이는 정작 미술놀이를 더 좋아할 수 있다. 뭐든 해보기 전엔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니 아이의 소질과 적성 계발을 나 몰라라 하는 엄마가 될 것만 같다. 

아이들을 향해 방대하게 열린 '육아 시장'엔 오만가지 육아법이 전시되어 있다. '고르면 그만' 같아도 이 상품들은 대체로 비용 대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100% 맞춤형인 '엄마표 놀이 또는 공부'조차도 투자 대비 성과를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 이 세계다. 


ⓒ unsplash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좌절과 혼란 끝에 죄책감만 주는 육아서 따위 내던지고 일절 관심 두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알고 보니 애초에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신념을 고수, 뼈를 깎는 자아탐구, 번뜩이는 직관에 의지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차분히 밟아가는 부류도 있었다. 

아니면 '답'을 명쾌하게 제시해주는 육아 전문가들을 찾아다닌다.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수록 엄마들은 열광한다. "이게 답이야! 이만큼만 하면 돼!" 하라는 대로 했더니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는 간증이 속출. 한편 그렇지 못한 엄마들은 또 머리를 쥐어뜯는다. 

줏대도 확신도 없는 엄마인 나는 '안 되면 아이 탓이고, 잘 되면 내 탓'으로 돌렸다. '아이 기질 따라 다르다'는 반 육아서파에 붙었다가, 해봤다가 잘 되면 육아서파에 붙으며 메뚜기처럼 옮겨 다녔다. 그러다 될 대로 되라며, 어찌 됐건 아이는 큰다는 믿음으로 방임하기도 했다. 

'육아는 과학'이 되었지만 "지식이 언젠가는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나고," "과학마저 오류 가능성을 시인하는 세상에서" 확실한 건 없다(엘리자베스 벡 게른샤임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정상적인 혼란>). 넘치는 불확실성은 확실성을 갈망하는 우리의 육아를 어렵게 한다. 

나는 하늘을 향해 외치고 싶었다. "제발 내 아이에게 맞는 답을 알려주세요!" 먼 곳에서 대답이 울려 퍼진다. "아이는 엄마가 가장 잘 아느니라. 아느니라. 아느니라..."

어떻게 아이를 기를 것인가.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명분 아래 온전히 부모 개인에게 맡겨지지만, 결국 엄마들을 옭아매는 건 모든 야단법석 끝에 선택한 방법의 결과와 책임을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뼈저린 사실이다. 요즘의 육아가 힘든 두 번째 이유다.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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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부/ 독박육아구원프로젝트 중 / 이메일 : morphini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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