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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지령 Jun 26. 2023

여행이 주는 생각의 단편들

여행

설렘과 안도감의 아이러니.
여행은 떠날 때 설렘과 돌아올 때 안도감의  이중적인 감정의 교차로다.

연재 : 나에게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지욱: 오늘 같은 날이 어떤 날인데요?
연재: 내가 누군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잊을 수 있는 그런 날이요...

드라마 [여인의 향기]-  연재와 지욱의 여행 중       대화.

여행은 주어진 역할에서 떨어져 나와 나를 잊고, 일을 잊고 일상의 루틴을 깨는데서부터 설렘이 시작된다. 일상으로부터 탈출이라 설레고,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이 얼마나 기묘한 아이러니인가? 20대 때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나는 유럽행 비행기 안에서 몹시 설레었고, 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돌아갈  집과 일상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진심으로 감사했다.  어제와 오늘이 복사한것 마냥 반복되서 때로는 지루했던 나의 일상이 소중해지는 순간이었다. 


여행자들은 시간속도의 마법을 경험한다.

여행지에서와 일상에서의 5일이라는 시간속도는 같지만 체감의 시간속도는 분명 다르다.

강 위로 던진 돌이 잔잔한 수면 위의 파문을 일으키는 것처럼 여행은 평범했던 나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켜 새로운 경험 속 시간으로 나를 이끈다. 새로운 경험 때문일까?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마법을 체험한다.

코타키나발루에서의 하루.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바다휴양을 즐긴 후, 리조트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오후에는 반딧불이 투어를 다녀왔다. 모든 것이 하루에 이루어지다니... 같은 24시간이라고? 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쉬고싶어? 보고싶어? 여행의 목적은
여행지를 결정하고 그 과정 또한
여행의 한 부분.

재미 삼아했던 질문 중에 휴양지가 좋아? 관광지가 좋아?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의 정여울 작가는

내가 찾고 싶은 자유란 갯벌의 진흙을 잔뜩 묻히며 뒹굴면서도 갈아입을 옷을 걱정하지 않고, 엄마가 부르러 올 때까지 지쳐 쓰러지기 직전까지 놀면서도 그다음 날의 스케줄 따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의 놀이 같은 여행이다.

-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정여울


나는 휴양지여행이 작가가 말하는  "아이의 놀이 같은 여행"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차를 놓치고, 지도를 보고 걸어도  길을 헤매고, 무작정 걷고, 인간의 자취를 되돌아보며 경외하고 감탄하고 내 안에  영감을 채우는 것은 관광지 여행이 아닐까...

관광지 여행의 편견하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 그러니 미리 공부하고 가라는 말이다. 꼭 많이 보아야 제대로 된 여행일까?"아는 만큼 보인다"는 강박에 갇히지 않고 "본만큼 깊이 알기"도 괜찮다. 1년의 인턴과정을 마치고 아무 정보 없이 느닷없이 떠난 유럽 배낭여행. 유럽에서 많은 미술작품들을 보고 돌아와서 나는 이전에는 관심없던 중세 미술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게한 계기가 된 것이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그림을 감상하는 삶에 가까워졌다면 그건 유럽여행을 다녀와서 본만큼의 깊이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녀와서 내 삶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여행은 가볼 만한 것. 어디를 갈 것인가의 선택은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몫이다.


여행은 나를 완성해 가는 퍼즐 한 조각.


여행에서 바라본 풍경이 나의 언어로 표현될 때,  나는 풍경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노을 지는 하늘아래 해를 품에 안듯이 붉어지는 바다,  저 멀리 수평선까지 닿을 듯 날아가는 갈매기, 눈부신 일몰에 반짝이는 갯벌의 발자국, 철썩철썩 파도소리가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볼 때 나의 눈빛은 경외감으로 가득 찬다.

풍경에도 소리가 있다. 풍경소리...

만추의 단풍구경 산책길에서 마른 낙엽이 아스팔트 위에 나뒹구는 소리가 문득 "돌돌돌"하고 귓가에 와닿을 때,  마음은 충만함으로 채워진다.

"나"는 미완성된 하나의 퍼즐판.

사람의 성장이 " 앞으로 나아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에게, 여행은 "나"를 채우는 작은 퍼즐조각 같은 것이다.

여행 중 경험들은 잊히더라도 그때 느낀 감정과 느낌들이 내 안에 머물 때, 사는 동안 완성해 가야 할 "나"라는 퍼즐판 한 귀퉁이가 맞춰지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  엄마의 그림책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봐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길은 열려있어"

여행을 떠날 때, 설레기도 하지만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하지요. 여행을 떠나는 토끼도

기쁨도 만나고 뜻밖에 어려움도 만납니다.

그렇지만 그 여행의 길 위에서 만나는 반짝이는 순간들이 토끼의 삶을 한층 성숙시킬 거예요.  토끼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함께 따라가 보세요~^^


제목의 멋진 다음에 붙은 쉼표가 얼마나 멋진 여행이었는지 그 여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갖고 있는 이 책을 다시 보았어요. 글 없는 그림책인데  상상력으로 그림을 풀어낸 것이 너무 멋졌지요. 역시 그림책은 반복해서 볼수록 가치가 더해집니다.^^  네덜란드에서 우수 그림책에 주는 <책 깃털상>을 받은 그림책이에요.  

남자가 여행을 가기 위해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을 뜯어 긴 나무다리를 만들어요. 이 책에서 긴 나무다리는 멋진 상상력의 세계이자, 기발한 여행의 수단이 되어줍니다. 긴 나무다리를 짚고 걸으며  바닷속을 보고, 달 앞에서 잠이 들고 정글의 동물들과 친구가 됩니다.

여행은 새로운 모험이죠.  나무다리가 부러지는 위험도 겪지만 다리를 고쳐주는 이들도 만나고 내가 도와주기도 해요.

여행은 나를, 삶을 완성해 나가는 퍼즐 한 조각. 맞나요?^^;;

여행을 다녀온 주인공이 긴 나무다리를  다시 오두막집으로 지었어요. 집이 알록달록 해졌네요. 여행은 무기력했던 일상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죠. 나무다리가 되었던 나무가 집에 무엇이 되었는지 확인해보세요. ^^

여름이 익어갈수록  여름휴가가 다가오고 있어요.  독자님들은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혹 계획이 없더라도 여행 그림책  보시면서  마음만은 알록달록한 여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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