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책을 보는데 아이가 놀란 눈을 하며, 개구리소리가 들린다고 나와보라고 부른다. 창문을 다 열어놓은 거실로 나가보니 이 소리는 “개굴개굴”이 아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개구리 소리가 아니고 맹꽁이 소리네”라고 말했다. 아이는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고 했지만 나는 어쩐지 그 소리가 “개굴개굴”로는 들리지 않았다. 맹꽁이 소리를 들어 본 적 없는 내가 어떻게 맹꽁이 소리로 생각했는지는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 맹꽁이 서식지가 있기도 하고, 그 서식지를 지나던 중에 맹꽁이를 본 적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맹꽁이가 우리 아파트에 왔구나 생각했다. 맹꽁이 소리를 네이버에서 검색해 들어봤더니 진짜 맹꽁이 소리였다. 나의 촉이란~후훗~
맹꽁이는 도시화와 수질오염으로 인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내가 기억하는 동탄은 시골이었다. 우리 엄마 고향이 동탄이고, 외할머니네 집이 동탄이었기에 나는 어릴 때 외할머니집을 자주 왔는데, 그때 동탄은 산과 논 밭, 그리고 개울뿐이었다. 슈퍼도 멀고 밤은 암막 커튼이 쳐진 것 같은 칠흑 같은 밤이었던 시골. 나와 사촌들은 여름에 외할머니네 집에 놀러 오면 개울에서 가재를 잡았고, 겨울에는 벼를 베고 난 텅 빈 겨울 논밭이 우리의 운동장이 되어주어, 우리는 겨울 내내 눈이 덜 녹아 살얼음이 얼어 있는 논바닥에서 뛰어놀았다. 예전에는 엄청 시골이었는데, 동탄은 빠르게 도시화가 되었다. 너희들의 서식지에 이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섰구나. 얼마나 많은 동식물의 자리를 우리가 아무 의식 없이 빼앗고 살고 있는 걸까? 맹꽁이들이 항의하듯 울고 있다.
남편은 맹꽁이는 한 마리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두 마리가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한 마리가 “맹” 하면 다른 한 마리가 “꽁”하고 운다는 거다. 마치 탁구 치듯, 핑! 퐁!처럼, 치면 받듯이. 나는 “진짜?” 그럼 두 마리인데 이름이 “맹 과 꽁”이지, 왜 “맹꽁”이야?” 그랬더니 남편의 무미건조한 대답. “그냥 이름화 하느라 우는 소리로만 정한 거겠지.” 한다.
나는 남편의 말이 왠지 미심쩍어 찾아보니 정말 “맹”하고 우는 맹꽁이 소리와 “꽁”하고 우는 맹꽁이의 소리가 겹쳐져 그렇게 들리는 것이라고 한다. 암컷과 수컷이 서로를 찾느라 함께 내는 소리인가 찾아봤더니 암컷은 소리주머니가 없고, 수컷들만 소리를 낸다한다. 누군가 “맹” 하면 나를 구분 짓기 위해 “꽁”한다는 거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쟁탈전이라고 보면 되려나. “맹”을 선택할지 “꽁”을 선택할지 그것은 암컷의 몫.
그저 맹은 “맹”소리를, 꽁은 “꽁”소리를 열심히 낼뿐이다.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듯이.
경쟁자가 “맹꽁이”란 이름으로 붙어 있다 하니 그것도 아이러니다. 적과의 동침인가….
나는 또 궁금해져서 남편에게 묻는다. “근데 맹꽁이 소리가 맹! 꽁!으로 안 들리는데? 왜 맹꽁일까? 전혀 “맹! 꽁!”이 아닌데? ”
이제 더 이상 내 질문이 시답지 않다는 듯이 남편이 말했다. "그럼 개구리는 정확히 '개굴~개굴~' 울어? 새는 '짹짹' 지저귀냐?"
우리 대화 수준이 무슨 유치원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말하면서 혼자 깔깔 웃으면서도 말을 잇는다. “의성어 만드는 사람들 말이야, 소리를 글자로 찾는 거 대단한 거 같아” 수많은 의성어가 머리를 스친다. 온갖 동물소리들이 들리면서 나는 정글을 탐험하고, 물을 마시는 소리 “꿀꺽꿀꺽”, 코 고는 소리 “드르렁”을 생각하니, 의성어를 만들면서 연구자들은 듣기 싫은 소리까지도 얼마나 많이 듣고 또 들으면서 그 소리를 글자로 찾아냈던 걸까.
옛날 어른들이 말이나 하는 짓이 답답하고, 어리숙한 아이를 놀림조로 “이 맹꽁아”라고도 불렀었다. 나는 “맹꽁이”란 어감이 귀엽다. 유사한 의미의 “멍청이”, ”바보” 와 같은 느낌보다는 사랑스럽달까. 왜 “맹꽁이”는 어리숙함을 대신하는 대명사가 되었나. 나는 가끔 그런 어원들이 궁금하다. 맹꽁이 생긴 게 두리뭉실한 게 답답하고, 둔해 보여 그런가 혼자 생각한다. 생각하다가 어릴 때 할머니한테 들어봤던 기억이 나서, 혼자 웃었다. 맹꽁이에 대한 어감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걸 보니, 어른들의 맹꽁이라는 놀림조에는 아이의 어리숙함을 지적하면서도 귀여워하는 사랑이 배어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봄햇살을 밀어내고 쨍쨍한 초록빛이 깊은 바다색처럼 깊어지는 계절, 맹꽁이 소리 들리는 여름밤, 맹꽁이 같은 생각을 길게도 하는 걸 보니 내가 맹꽁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는 맹꽁이 소리가, 저기서는 풀벌레 소리가 폭죽처럼 터지는 밤이다. 생명의 소리가 여름밤을 가득 채워서, 우리의 삶도 있고, 너의 삶도 있구나…. 타인의 생명을 느낄 수 있어서, 그 삶도 소중해서, “함께”가 느껴지는 축제 같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