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별 것 아니라 거의 찾지 않지만, 1년에 한 번 정도 먹으면 상당히 맛있는 것들이 있다. 가령 딸기우유 같은 것이다. 나는 딸기우유를 거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불현듯 생각이 나며, 1년 중 하루 정도는 딸기우유를 먹게 된다. 나머지 364일은 기꺼이 커피우유를 선택하더라도 말이다. 희소성, 오랜만이란 반가움, 그런 마음인지는 몰라도, 1년에 한 번 딸기우유를 먹으면 만족스럽다. 더 자주 먹으면 그 기분을 느낄 수 없다.
비슷한 것 중 돼지바가 있다. 돼지바는 일단 먹으면 나쁘지 않지만, 자주 먹지는 않는다. 돼지바도 1년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 가장 최근에 돼지바를 먹게 된 일화가 있다.
자주 가는 아파트 단지 편의점은 주인 부부가 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부인 줄 몰랐는데 항상 같은 아저씨(머리가 약간 벗어졌지만 잘생기고 키 큰 아저씨)가 새벽을 지키고 항상 같은 아주머니(그을린 피부에 날씬하고 똑똑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낮을 지키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낮에 불현듯 음료수가 마시고 싶어 편의점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편의점으로 가기 위해선 아파트 단지의 중앙 보도를 지난다. 보도의 양 옆으로는 야자수가 늘어서 있는데 그 길을 가로질러 시원한 음료수를 사러 가는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이다. 이번 여름에는 파인애플맛 오란씨를 즐겨 마시고 있다.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자주 사 먹는다.
편의점에 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어떤 꼬마 손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뭐지? 어린이 절도범인가? 물론 어린이 절도범은 아니었다. 우리 아파트의 아이들은 다들 착한 중산층이기 때문에 절도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편의점 부부의 아들이었다. 아들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어딜 봐도 딩크족 부부로 보였는데... 아무튼 아들이 편의점에 등장해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편의점의 아이스크림을 한 개 집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편의점의 아들이라니... 그 나이 때의 어린이로선 엄청난 특권이긴 하다. 돼지바를 꺼내어 엄마에게 보여주며 아이는 외쳤다. "엄마 나 돼지바 가져갈래!" 하지만 엄마 또한 완강했다. "안돼! 그거 다시 집어넣어!" 어찌 되었든 엄연한 재고자산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넣었다 하며 한참을 엄마와 대치했다. 그러다가 끝끝내 엄마에게 스크류바 하나를 얻어 내었다. 아주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파인애플 오란씨를 들고나가다가, 잠시 생각한 후 아이스크림 코너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유유히 돼지바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나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내 목적은 파인애플 오란씨 하나였는데... 아이스크림은 애초에 마음에 없었는데... 정체를 모를 무언가가 나로 하여금 1년에 한 번 있는 돼지바 구매욕을 자극했다. "아드님이 돼지바 이야기를 해서 저도 모르게 먹고 싶어 지더군요."라고 이야기하려다 왠지 멍청해 보일 것 같아 그만두었다.
집에 와서 곰곰이 더 생각해본 후 깨달았다. 내가 돼지바를 샀던 것은, 말하자면 '어른의 자유의지를 과시'하려는 시도였다. 나는 마음먹으면 돼지바를 살 수 있다는 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멍청해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멍청한 행동이다. 현역 군인들 옆을 지나가며 쓸데없이 개구리 마크 모자를 고쳐 쓰는 예비군의 허세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의도가 불순해서였을까? 돼지바는 1년에 한 번 먹는 것 치고는 맛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