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버틸 수 있게 해준 것 두 가지
과열차게 달려온 뒤 남는 허탈감은 삶을 강하게 흔든다.
무척 바빴던 2021년과 사람들과의 갈등, 고민, 막을 수 없는 불행을 겪은 우리 조직은 깊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21년 말에 선정된 발달장애청소년 방과 후 바우처 서비스 사업이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없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당장 접자니 밤낮을 채워 노력했던 2년이 아까웠다. 제주도의 발달장애인 부모자조모임을 조직으로 이끌어낸 성과까지 합치면 5년의 세월이었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을 이어주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으고 단체를 만들었다. 그런데 단체를 만들고 활동하다 보니 부모들이 육아도 하면서 행정도 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결국은 한쪽은 소홀해지기 마련이어서 그 소홀함이 자녀에게로 향하는 것은 모두 견디기 힘들어했다. 3년이 되자 탄탄했던 운영진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도 고민이 많았다. 보수 없이 일을 한다는 것은 지속성이 없다. 그때 찾아온 것이 협동조합이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뛰어들었고, 협동조합을 하면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인건비를 줄 수 있다고 하기에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치게 하는 일이었다니….
우리는 싸울 힘도 없어서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나마 방과후 바우처 서비스와 제주대학교 박물관에서 지원했던 전통놀이 활동 프로그램 덕분에 만남을 지속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그러나 2021년보다는 적게 지원사업을 세팅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2021년에 무리해서(전에는 연세 700만 원, 옮기고 나서는 연세 1000만 원) 돌봄 공간을 옮기고 멤버들끼리 목표를 재설정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를 만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스터디를 했다. 제주대학교 박사과정에 있었던 신**선생님과 ‘돌봄 선언’이라는 책으로 스터디를 했다. 그리고 제주대학교 백영경 교수님을 찾아가 우리가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자문을 구했다. 우리가 머물고 있었던 신성마을에서 (신성마을은 노인가구가 대부분이다. 전체 50 여가구 중에서 48개 가구가 노인가구였다) 우리가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 마을과 친해지는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들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아이들을 키워야 할 것인지.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스터디하고 목표를 공유했다. 이 과정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제주생활탐구라는 지원사업을 통해 결과 보고서로 나오게 되었는데 나는 이 보고서를 볼 때마다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과 목표를 공유하고, 그 목표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보이지 않는 잠식기에서 우리가 안에서 어떤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는가 지금 생각하면 이 시기가 우리에게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정말 아무것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다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은 공간이라는 것도. 공간이 있으면 다시 모일 수 있다. 그 공간을 아끼고 꾸미고, 사람들의 돌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누구든지 다시 오게 마련이라는 것.
그래서 공간을 우리들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고 난 뒤 우리는 더 단단해졌고 지속 가능성이 늘어났다. 지속가능성은 늘 불편한 주제였지만 서서히 올라가 볼 수 있는 언덕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까. 그리고 정신없이 보냈던 2021년의 성과가 2022년을 버티게 해 주었다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