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는 인류가 지금까지 저지른 바보 같은 짓들을 다루는 역사 교양서다. 예술, 문화, 과학, 기술, 외교 등 10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시황부터 콜럼버스, 히틀러, 마오쩌둥 등 유명한 인물들의 흑역사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지 않고 살다 간 보통 사람들의 엉뚱한 실수도 두루 다루고 있다.
저자는 버즈피드 영국판의 편집장인 톰 필립스로, 누가 영국인 아니랄까 봐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를 잃지 않는다. 저자는 시종일관 역사의 실패자들을 놀리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 하지만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전혀 밉지가 않다. 오히려 책의 주제와 잘 어우러져 읽는 재미가 있다. 아무튼 그것도 작가로서의 재주라면 재주다.
이 책은 역사를 소재로 하지만 역사로부터 딱히 어떤 교훈을 얻기보다는 기분 전환용으로 가볍게 머리를 식히는 목적으로 읽기에도 좋다. 하지만 그저 피식 웃고 지날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의 모습 중에는 책에 등장하는 흑역사의 주인공에게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흑역사의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나는 틀리지 않는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흔히 오늘날을 자의식 과잉 시대로 정의한다. 우리는 어쩌면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흑역사를 쓰기에 최고의 시기를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c%9d%b8%ea%b0%84%ec%9d%98-%ed%9d%91%ec%97%ad%ec%82%ac/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