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인물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에서 현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 등 6가지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추적한다.
BBC, PBS가 공동으로 기획한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의 뒤에 감추어진 역사를 살피며 세상을 바꾼 혁신의 기원을 밝힌다. 저자는 아마추어 발명가와 기업가에 의해 새로운 발명이 시작된 순간부터 그 이후 뜻하지 않게 역사에 영향을 미친 과정을 따라가며, 사소한 발명의 아이디어가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혁신으로 이어진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 문명의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몇몇 흥미로운 개념을 활용한다. 먼저, 저자는 현대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기술들의 역사를 ‘롱 줌(long zoom)’이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롱 줌을 통해 우리는 혁신이 어떻게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며 발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유리의 발명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리학, 경제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벌새 효과(hummingbird effect)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이것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꽃 속의 꿀이 전혀 다른 범주의 생명체인 벌새의 진화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빌려온 개념으로, 한 분야의 혁신이 다른 분야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킨다.
인접 가능성(adjacent possible)도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현재 가능한 것들과 그것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의 범위를 의미한다. 유리가 있었기에 그 이후의 망원경, 현미경, 유리섬유 등이 발명될 수 있었고, 심지어 대륙을 넘나드는 인터넷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인접 가능성을 통해 우리는 혁신이 어떻게 기존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느린 직감(slow hunch)은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되고 다른 아이디어와 연결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창의적인 생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축음기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포노그래프의 발명자 찰스 크로스는 10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적절한 때가 되자 현실 속의 발명품으로 만들어 낸다. 찰스 크로스의 느린 직감은 혁신이 어떻게 시간과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느린 직감의 반대편 끝단에 위치할 만한 시간 여행자(time traveler)도 빠뜨릴 수 없는 개념이다. 시간 여행자는 과거나 미래로부터 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을 말한다. 예를 들어, 19세기에 얼음을 전 세계에 판매하던 프레더릭 튜독은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가에 버금가는 사업 수완을 보인다. 이처럼 혁신은 느린 직감뿐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에 의해서도 견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혁신을 좀 더 입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는 현대 세계를 만든 6가지 혁신에 대해 깊이 있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스티븐 존슨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역사 탐구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줄 것이다. 우리 인류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c%9a%b0%eb%a6%ac%eb%8a%94-%ec%96%b4%eb%96%bb%ea%b2%8c-%ec%97%ac%ea%b8%b0%ea%b9%8c%ec%a7%80-%ec%99%94%ec%9d%84%ea%b9%8c/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