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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고기 좋아해

by 신수현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늘은 명태찌개구나~ 향기만으로 무슨 요리인지 알고 있다.

큰 냄비 뚜껑을 열면 김이 훅 치솟고 있고, 그 너머로 엄마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커다란 냄비 속에는 명태 두 마리가 어깨를 부딪치며 익어가고 있었다.

나는 국물에 밥을 비벼 허겁지겁 먹었고, 오빠가 살코기를 먼저 집었다.

그러는 사이, 엄마는 고개를 숙여 머리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셨다.

숟가락 끝에 묻은 눈동자 한 점, 꼬리 끝의 마른 살점 한 가닥.

그게 엄마 몫이었다.


“명태 눈알이 제일 맛있어.”

막내오빠가 웃으며 내 밥그릇에 하나 툭 떨어뜨렸다.

나는 그게 진짜 별미인 줄 알고 신나게 씹었다.

그게, 엄마의 몫이었다는 건, 아주 나중에 알았다.


엄마의 식탁엔 순서가 있었다.

모두가 먹고 난 뒤, 남은 것들을 모아 찬밥에 물을 말아 드셨다.

김치도 없이, 상추에 고추장만 찍어.

말 그대로 ‘끼니를 때우는’ 식사.

그 장면을 봐도 나는 그저 그랬다.


그 나이에는 몰랐다.

엄마도 입맛이 있고, 입맛도 욕심이라는 걸.


우리 집에서 고기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

할머니 생신, 아버지 생신, 명절, 제사.

일 년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들.


제사상에 오른 고기는 제일 먼저 사라졌다.

그중에서 나는 닭다리 하나 집어, 소금에 콕 찍어 먹는 게 그렇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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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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