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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싫어요

by 신수현

나의 사춘기는 유난히도 힘들었다.

큰오빠가 결혼하고, 올케언니가 집에 들어온 그때부터였을까?

그 순간부터 우리 집은 눈에 보이지 않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나의 사춘기는 그 흔들림 위에서 불안하게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할 수 있었던 시기가, 나에게는 낯설고 버거웠다.


어릴 적 나는 웃는 얼굴이 자연스러운 아이였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웃고 있고, 손을 흔들고, 누군가 옆에 있으면 꼭 붙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집 안에서 부모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싸움이 오빠와 아버지에게까지 번지면서 나는 모르게 말수가 줄고, 표정이 굳어졌다.

화가 났다. 정확한 이유가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표현할 자신감도 용기도 없었다. 그래서 얼굴로 말하게 되었다. 찡그림과 입술을 삐죽 내미는 버릇으로.


그 시절 나는 웃고 싶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 없었다. 그게 내 얼굴이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그 얼굴을 수업이 싫어서 짓는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어려움보다 교사로서의 권위에 상처받은 듯 행동했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었다.


국어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그때 교실의 분위기가 생각난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는 순간, 말소리가 멈추고 모두 등이 곧게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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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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