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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하나를 만나면 하나가 사라진다.
by
신수현
Apr 28. 2025
도플갱어
그가 내 앞에서 웃는다
내 비명을 웃음처럼 꾸민다
내가 숨 쉬기도 전에
무대에 올라
내 이름을 삼킨다
사람들은 웃으며 말한다
"너랑 똑같더라"
"너보다 더 살아 있더라"
나는 웃었다
비명을 꿰매듯, 찢어진 나를 안고 웃었다
내가 짠 문장 위에
그는 피 묻은 손으로 서명했다
문장은 뜨거웠지만
나는 식어갔다
그는 내 그림자였고
나는 그의 허깨비가 되었다
모두가 그의 눈을 믿었다
나는 내 심장을 의심해야 했다
도플갱어는
내 살 속에서 웅크렸고
내 기억을 갉아먹으며 컸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부서진 손끝으로
사라질 나를 긁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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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부문_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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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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