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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슬픈이름

by 신수현

슬픈 꽃의 이름 – 카네이션


붉은 꽃은 대개 축하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카네이션은 다르다.이 꽃은 기쁨의 순간에 주는 것이 아니다. 오직 부모님에게만, 그리고 살아 계실 때만 드릴 수 있는 꽃이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거리 곳곳에 카네이션이 피어난다. 작은 꽃바구니, 핀으로 만든 장식, 카드 속 일러스트까지.이 작은 붉은 꽃은 단순한 선물을 넘어, 부모님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카네이션은 감사와 존경, 사랑을 상징한다. 그 유래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시작되었다.어머니를 여읜 딸, 안나 자비스가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하얀 카네이션을 교회에 나눠준 것에서 비롯되었다.이후 미국은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했고, 하얀 카네이션은 고인이 된 어머니에게, 붉은 카네이션은 살아 계신 어머니에게 달아드리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1956년 ‘어머니날’로 도입되었다가, 1973년 ‘어버이날’로 확대되며 아버지를 함께 기리는 날이 되었다.그와 함께 카네이션은 어버이날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카네이션이 슬프다.



기쁜 날에도, 축하의 순간에도 주지 않는 꽃.오직 부모님에게만, 살아 계실 때만 드릴 수 있는 꽃.그래서일까, 꽃이 아무리 예뻐도 그 꽃을 받을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나에게 슬픔의 상징이 된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을 고르러 갔던 기억이 있다.화사한 포장지와 ‘사랑합니다’가 적힌 명찰이 붙은 꽃다발들.하지만 그 순간, 내 마음은 무척 조용했다.이 꽃은 누군가를 기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그 누군가가 곁에 없다는 사실을 더 선명히 한다.



꽃은 받는 이를 전제로 만들어진다.카네이션은 더욱 그렇다. 받을 부모가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 꽃.그래서 어버이날이 오히려 아픈 사람들도 많다.



부모님이 살아 계셔도 드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서먹한 감정, 타이밍을 놓친 말, 미안함. 카네이션은 때로 죄책감의 색을 띠고, 때로 침묵을 대신하는 말이 된다.



나는 하얀 카네이션을 보면 이제 아버지가 떠오른다.그리움과 미안함과 사랑,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꽃으로 묶인다.카네이션은 그렇게 단단한 꽃이다. 상처까지도 담아낼 만큼.



어떤 꽃은 기념일을 위해 존재하지만, 카네이션은 한 사람을 위한 꽃이다.그 사람을 위한 사랑, 그 사람을 향한 마음.피어난 꽃보다 오래 남는 기억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 때,이 꽃을 받은 기억이 아니라, 건넨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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