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과 중독의 유사성

by 신성규

사랑과 중독은 겉보기에 닮았다.

둘 다 타인 혹은 대상에 ‘의존’하게 만들고,

둘 다 감정을 깊게 만들며,

둘 다 우리를 ‘나 아닌 것’과 연결시킨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사랑은 존재를 키우고,

중독은 존재를 갉아먹는다.



사랑은 나를 확장시킨다.

내가 타인의 고통에 반응할 수 있게 되고,

나 아닌 세계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고,

내가 ‘나만을 위한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사랑은 나의 경계를 넓히고,

삶의 방향을 타인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든다.

사랑은 나를 ‘존재의 축소’가 아닌, 존재의 개방으로 이끈다.


중독은 언제나 혼자다.

그것은 감정의 연결이 아니라, 감정의 단절이다.

타인과 세계를 향한 확장이 아니라, 내면으로의 침몰이다.

살기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엔 자기 해체를 향해 간다.


중독은 감정을 통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지우기 위해 ‘자극’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그 속에서 나는 나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중독 속 자기파괴는 단순한 파괴 본능이 아니다.

그건 종종 삶이 감당되지 않을 때의 항의다.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렇게는 더는 살 수 없기에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살고 싶었다’는 신호를 내보낸다.


그 파괴는 타인을 향한 것도 아니고,

그저 “살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절규다.


사랑과 중독은 모두 의존이지만,

한쪽은 나를 존재하게 만들고,

다른 쪽은 나를 지워버린다


사랑은 내가 나를 감당하게 해주지만,

중독은 나를 피하게 만든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6화버티는 삶과 글을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