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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과 글을 쓰는 이유

by 신성규

나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을 사는 것이 두렵다.

왜냐하면

그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어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다.

변하지 않는 하루.

나를 기다리지 않는 시간.

감정이 제거된 반복.


나는 그냥,

살고 싶지 않다. 이런 식으로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기쁘지도 않고

깊지도 않고

기대도 없다.


그건 생존이지, 존재가 아니다.

나는 그 차이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무섭다.

그래서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공포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삶은

시간의 감옥이다.


나는 시계를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늘도 지나갔다.

그런데 나는... 진짜 지나간 걸까?”


아무것도 남지 않은 하루.

나는 그 속에서 희미하게 지워진다.


버틴다는 건

자기 자신을 뒤로 밀어놓는 일이다.

지금은 아니야,

조금만 참자,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오지 않고,

‘지금’은 계속해서 나를 삭제한다.



하루하루를 견디는 사람은

결국 살아남는 것에 성공한 사람일까,

살아가는 데 실패한 사람일까?


살아남는 것도 위대한 일이지만,

나는 그보다 더 원한다.

살아있다는 감각.

내가 나로 존재한다는 확신.

어딘가와 연결된 느낌.

가슴이 벅차는 순간.


그것이 없다면,

이 반복은

그저 천천히 자신을 깎아내리는 조용한 자살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기록하고,

질문하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행위들이

나를 ‘존재하는 자’로 복원시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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