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 이즈 본‘을 좋아하던 그녀는
현실에선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녀는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었고,
피아노를 치던 손은
언젠가부터 눈물을 닦는 데 쓰였다.
가정은 그녀에게 상처를 남겼고,
삶은 그녀를 유흥과 접대의 세계로 몰아넣었다.
불안과 공허 속에서
그녀는 무속에 기대기도 했다.
신을 찾고, 무너진 자신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을 붙들려 애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나를 구원하려 애썼다.
나는 힘들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무너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내가 약물에 빠지지 않도록,
정상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아이들이 다니는 심리센터에 나를 데려갔다.
그녀는 나를 지키고 싶어 했다.
어쩌면,
나를 구원함으로써 자신도 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나는 분노했다.
아니, 분노를 가장한 조롱이었다.
분노와 조롱의 말들
내가 그녀에게 준 가장 잔인한 상처였고,
나 스스로 내 인간됨을 배신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너에겐 모든 걸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신뢰를 발로 찼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장면은 내 기억의 가장 어두운 방 안에 남아 있다.
구원은 실패했다.
그러나 사랑은 있었다.
그녀는 무너져 있었지만
나를 고치려 했다.
나는 무너져 있었지만
그녀를 미워했다.
우리는 둘 다
고장 난 감정의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삶의 화음을 맞추려 했지만,
서로의 불협을 견디지 못했다.
내 삶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왜냐하면
영화에선 모든 것이 의미로 수렴되지만,
현실에선 모든 게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구하지 못했고,
그녀는 나를 다 구원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서로의 삶에 등장한 마지막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