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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와 무관심

by 신성규

나는 나를 증오하는 건 무섭지 않다.

그건 오히려

미련이고, 기대고, 포기하지 못한 사랑의 잔재다.

증오는 아직 감정이다.

그것은 적어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어떤 반응이다.


그러니까,

나는 증오가 두렵지 않다.


정말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말이 줄고, 눈빛이 사라지고,

감정의 파장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때.


그건 내가 더 이상

누군가의 세계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나는 이성과 만날 때 화를 내는 건 차라리 다행이라고 느낀다.

분노는 아직 살아있고,

애정이 찌그러진 채 남아있는 상태다.


정말 무서운 건

감정의 동요조차 없는 무반응.

그건 관계의 사망선고다.


사랑에서 미움은 전이지만,

무관심은 단절이다.


증오엔 아직 말할 여지가 있다.

무관심은 침묵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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