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증오하는 건 무섭지 않다.
그건 오히려
미련이고, 기대고, 포기하지 못한 사랑의 잔재다.
증오는 아직 감정이다.
그것은 적어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어떤 반응이다.
그러니까,
나는 증오가 두렵지 않다.
정말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말이 줄고, 눈빛이 사라지고,
감정의 파장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때.
그건 내가 더 이상
누군가의 세계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나는 이성과 만날 때 화를 내는 건 차라리 다행이라고 느낀다.
분노는 아직 살아있고,
애정이 찌그러진 채 남아있는 상태다.
정말 무서운 건
감정의 동요조차 없는 무반응.
그건 관계의 사망선고다.
사랑에서 미움은 전이지만,
무관심은 단절이다.
증오엔 아직 말할 여지가 있다.
무관심은 침묵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