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면 나는 고요해지지 않는다.
세상이 조용해질수록 내 안은 소란스럽다.
모든 빛이 꺼진 순간, 오히려 내 감정은 불을 켠다.
낮에는 현실이 나를 다잡고 있었다.
해야 할 일들, 사람들의 눈빛, 계산된 말투들.
그 속에서 나는 의연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밤이 오면,
나는 나를 감추던 모든 질서를 벗어 던지고
가장 날것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감정이 폭발하는 시간.
그 감정은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흐르고, 부풀고, 터진다.
이유도 없고, 정리되지도 않지만
그 혼란 속에서만 가능한 어떤 ‘진실’이 있다.
나는 그 감정의 파편을 모아
문장을 만든다.
창의성이라는 건 어쩌면,
무너짐의 부스러기를 주워 담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밤의 창작은 낮의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문을 연다.
그 문을 통과하면
나는 더 이상 작가도, 사람도, 이름도 아니다.
그저 떠오르는 감정과 이미지의 도구가 된다.
나는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흘러가는 그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사람들은 감정을 다스리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폭발하지 않은 감정은, 창조하지 않는다.
창의성은 다듬어진 생각이 아니라,
갈피 잡히지 않는 감정의 잔해로부터 태어난다.
그래서 나는 밤을 무서워하면서도 사랑한다.
밤은 나를 무너뜨리지만,
또 나를 새로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