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를 항상 ‘선택’의 대상으로 생각해왔다.
마치 진열장에 놓인 고르고 고른 와인처럼, 시간이 숙성시킨 무언가를 기다렸다.
그녀는 이미 매끄러워야 했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야 했고, 나의 불안과 공허를 덮을 수 있어야 했다.
나는 ‘완성된 사람’을 찾았고, 그 완성은 나를 안전하게 만들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아니, 있어도 사랑은 그 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완성된 사람 앞에서 나는 자꾸만 나를 숨기게 되었고,
나는 그녀의 균열을 발견하는 순간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사랑은 ‘발견’이 아니라 ‘조립’에 가까운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날것을 마주한 채, 서툴게 나사를 맞추고,
엉킨 배선을 풀고, 서로의 부품을 이해하며 조금씩 작동해가는 기계여야 한다.
빌드.
사랑은 빌드였다.
‘그녀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 ‘나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며 자꾸만 틀린다.
하지만 그 틀림 속에서 맞춰가는 리듬이 있다.
사랑은 완전한 정답을 찾는 수학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태로부터 시작하는 공학에 가깝다.
시행착오를 감수할 용기, 작동 오류조차 껴안을 신뢰.
나는 이제 사랑을 완성품처럼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함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조금은 불안정하고, 조금은 엉성하지만,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