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없다. 판단만 있을 뿐.

by 신성규

나는 오래도록 현실을 믿었다.

벽이 있으면 그것은 단단해야 했고, 나무가 있으면 그것은 살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벽이 나를 밀어낸다고 느꼈고, 나무가 나를 위로한다고 느꼈다.

그때 알았다. 벽도, 나무도, 감정도—모두 ‘현실’이 아니라, 내가 만든 판단이라는 것을.


어릴 적 나는 진실을 알고 싶어 했다.

진실은 움직이지 않는 것, 누구에게나 같은 것,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떠 있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매순간 다르게 해석되는 세계 속에 서 있다.


‘사람들은 왜 같은 장면을 보고 다르게 말할까?’

같은 하늘 아래서 어떤 이는 절망을 보고, 어떤 이는 희망을 말한다.

같은 단어, 같은 사건, 같은 풍경도

그들에게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이제 나는 말한다.

현실은 없다. 판단만 있을 뿐이다.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 그것에 대한 해석,

그리고 그 해석을 믿는 믿음뿐이다.


그렇다면 누가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누구도 없다. 누구도 그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눈으로 본 것만을 말할 뿐이다.

그 눈은 왜곡되어 있고, 그 렌즈는 누구의 것도 닮지 않았다.


내가 고통을 느낄 때,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판단이 만든 해석이다.

세상이 어둡다고 느낄 때,

그 어둠은 내 마음의 창에 낀 먼지일 뿐이다.


모든 것은 판단이다.

그리고 나는 그 판단 위에 세상을 세운다.


그러니 이제,

나는 감히 현실을 의심한다.

나는 감히 나의 판단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나는 선택한다.

이제 나는, 현실을 믿지 않겠다.

그 대신,

나의 판단이 책임져야 할 세계를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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