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은 해결되지 않는다.
풀어낼 수 없는 매듭처럼, 존재의 한 구석에 남아
문득문득, 통증처럼 떠오른다.
그럴 때면 나는 나에게 묻는다.
“이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지만 마음은 쉽게 고개를 저어버린다.
그건 단지 ‘생각’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의 사랑, 그때의 후회, 그리고 그 여자들의 매몰찬 마지막 말들.
그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을 이루고 있는 문장들이었으니까.
나는 그들을 완성된 존재로 사랑하려 했다.
아름답고, 흔들림 없고, 이미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여자들.
그래서 ‘함께 만들어가는’ 사랑에는 서툴렀고,
때로는 의심했고, 때로는 도망쳤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남긴 건 고통이었다.
그 고통은 단지 이별의 아픔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몰랐는지, 무엇을 외면했는지에 대한 증거였다.
그녀들이 흘렸던 눈물, 꾹 눌러 삼키던 말들,
어느 날 갑자기 마주한 침묵과 매몰찬 작별.
나는 이제야 안다.
그 순간들에 내가 얼마나 무력했는지,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두렵다.
내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봐,
다시는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하지만 이 두려움조차, 그들과의 기억이 남긴 선물이라면
나는 그 고통을 조금은 사랑해보고 싶다.
사랑이란 건, 결국 끝나지 않은 감정들이 우리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완결되지 않은 채 남은 이야기.
말로 다 하지 못한 채 삼켜진 감정.
그것들은 내 안에서 살아남아 나를 다시 쓰게 한다.
더 조심스럽게, 더 정직하게, 더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도록.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어쩌면 ‘생각’의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건 우리가 ‘사는’ 문제이고, ‘견디는’ 문제이며,
때로는 그냥 함께 있어야 하는 그림자 같은 것일지도.
나는 그 그림자를 밀어내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걷는다.
어느 날은 무겁고,
어느 날은 덜 아프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은,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