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은 유약함이 아닌 저항

by 신성규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구조에 맞춰 자신의 마음을 왜곡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타협이야.”

“세상은 그런 거야.”

“그렇게 살아선 안 돼.”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삶의 요령과 법칙, 간소화된 감정 처리법을 들고 다니며

그것을 “현실감각”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그걸 잘 못한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온 마음이 흔들리고,

어떤 풍경 하나에 멈춰 서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는 아직

사람을 온전하게 믿고 싶다.

내가 건넨 마음이 곧장 가닿기를 원한다.

사랑이 계산이 아니라 온도이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순진하다 말하고, 바보라 말한다.

하지만 그 말 속에선 가끔

내가 오래 지키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들은 오래전에 꺾은 것을

나는 아직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나는 초등학생보다 더 순수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 몰라서 순수한 것이지만,

나는 다 알고도 여전히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유약함이 아니라,

지독한 고집이다.

나의 믿음은 세상의 경험을 통과하고도

아직 부서지지 않은 채,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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