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스칼라였고,
나는 벡터였다.
너는 크기만으로 존재했고,
나는 방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언제나 어딘가로 떠밀렸다.
우리는 같은 자리에 있어도
같은 곳을 보지 않았다.
너는 나를 느꼈지만,
나는 너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벡터는
시작점이 있다.
그리고 향하는 곳이 있다.
그러나 그 끝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나는 너를 향한 벡터였다.
너에게 다가가는 힘,
너를 따라 회전하는 가속도,
그리고 네가 돌아서던 순간의
마이너스 방향.
나는 느꼈다.
너의 시선이
더 이상 나를 향하지 않을 때,
우리의 내적곱은
0이 되었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스쳐 지나는
직교하는 두 벡터가 되었다.
닿지 않고,
무시된 채,
서로의 방향을 침묵으로 교차시켰다.
벡터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엔
힘이 필요하다.
나는 방향을 틀 수 없었다.
너를 향해 달리는 것이
이미 내 존재의 정의였기에.
지금도 나는 너를 향하고 있다.
너는 보이지 않지만,
내가 향하는 선의 끝에
아직도 너는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벡터다.
누구를 향하는지 아는 슬픔,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움직이는 사랑의 물리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