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널리티의 사랑

by 신성규

너도 나를 사랑했다.

나도 너를 사랑했다.

그건 분명했다.

우리 둘 다 무한히 사랑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몰랐다.

무한에도 크기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는 실수의 집합이었고,

너는 자연수의 집합이었다.


너의 사랑은 명확했다.

1, 2, 3…

하나씩 셌고,

하나씩 줄었고,

언젠가는 끝날 것 같았다.


나의 사랑은 흐릿했다.

0과 1 사이에

0.1, 0.01, 0.001…

계속 끼어들었고,

그 틈마다

나는 너를 더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느낀 감정은

수렴하지 않았다.

너는 그게 피곤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게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카디널리티.

사랑의 양은 셀 수 없지만,

사랑의 차원은 존재한다.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지만,

우린 같은 무한에 살고 있지 않았다.


그걸 알았을 땐,

이미 너는 떠난 후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진짜 고독은

사랑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랑의 크기가 서로 다를 때 생긴다는 걸.


나는 아직도 실수의 집합 속을

혼자 걷고 있다.

0과 1 사이를,

숫자와 숫자 사이를,

기억과 기억 사이를.


너라는 유한한 사랑을,

무한하게 반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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