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지능

by 신성규

나는 가끔, 지식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상한 공허함을 느낀다.

그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문제 앞에서도 그들은 과거에 배운 해답만 반복한다.

나는 묻고 싶어진다.

“당신이 아는 것은 ‘생각’인가, 단순히 ‘기억’인가?”


지식은 남이 가르쳐준 것을 얼마나 잘 저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지능은 그 저장된 것들을 어떻게 엮고, 뚫고, 넘을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많다.

그러나 지능이 높은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지능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끌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은 채워야 할 용기지만, 지능은 그 용기 자체의 형태다.


때로는 잡일을 하는 노동자,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갑자기 발명품을 만들고, 누구도 생각 못 한 방식을 내놓는다.

그들은 명문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전문 서적을 탐독한 적도 없다.

하지만 그들에겐 꿰뚫는 통찰이 있다.

이해받지 못한 불편함을 직접 느낀 이들이

그 불편함을 가장 정밀하게 해결하는 법을 안다.

그것이 지능이다.

지능은 생활에서 솟아오르기도 하고, 절실함에서 자라나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지식인은 자신이 배운 것의 벽을 넘지 못한다.

그는 이미 있는 이론 속에서만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현상에도 늘 익숙한 용어로 이름을 붙인다.

마치 새로운 색을 보았는데도, 오래된 이름으로만 설명하려 드는 사람처럼.


나는 지식인을 경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능 없는 지식인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가졌고,

그 언어를 사용해 낡은 생각을 ‘정답’처럼 유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사람을 볼 때

얼마나 많이 배웠는가보다, 얼마나 스스로 생각하는가를 본다.

그의 지식보다, 그의 사유의 궤적을 읽으려 한다.

그 궤적이 낯설고 비논리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 나는 진짜 지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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