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강박 치료

by 신성규

강박을 어떻게 고칠까.

그걸 고민하다가

또 강박에 빠진다.

나는 늘 이랬다.

생각으로 나를 조이고,

논리로 나를 판단하고,

머리로만 살아남아왔다.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 순간부터 숨이 막혔다.

여행이 시작된 게 아니라,

시험이 시작된 것 같았다.

재미도 설렘도 없이

“이걸 어떻게 잘 보내야 하지?”

그 생각만 머리를 짓눌렀다.


나는 항상 최적화에 중독되어 있었다.

모든 것을 잘 해내야 했고,

시간은 낭비되면 안 됐고,

감정조차 효율적으로 써야 했다.

심지어 여행도,

즐기기보다 관리해야 할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에게 느슨했던 적이 없었다.

계속 채찍질하며

내가 무너질까봐,

세상에 뒤처질까봐

나를 조이기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

나는 나를 너무 쪼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번 여행은 무계획이다.

일정표도, 관광지도 없다.

어디 갈지도 모르겠고,

그냥 비행기에서 내려서

걷고, 앉고, 멍 때릴 것이다.

카페에서 하루를 버릴 수도 있고,

낯선 골목에서 길을 잃어도 상관없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회복의 실험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인생을 ‘감각’이 아니라

‘계산’으로만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은

엉망이어도 좋으니, 그냥 살아보고 싶다.


무계획으로 부딪혀서,

그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보고 싶다.

생각이 멈추는 지점,

마음이 멈칫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조용히 숨 쉬며

말없이 나를 안아주고 싶다.


이게 잘 될지 모르겠다.

재미없을 수도 있고,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괜찮다.

그조차 나니까.


나 자신을 고치려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두어보기로 했다.


그게

진짜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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