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도시가 말을 건다.
낮에는 흐릿했던 간판이 빛을 뿜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눈빛들이 골목에서 깨어난다.
일본 오사카의 밤, 그 뒷골목에서 나는 ‘가드’들의 눈을 보았다.
그들은 경찰도 아니고, 조직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한 안내인도 아니다.
그들의 눈에는 돈과 감정이 동시에 녹아 있었다.
위험과 유혹, 사회적 위계와 거래의 암묵적 합의가
그 눈빛 한 줄기에 스며든다.
낯선 도시의 밤거리는
거울처럼 나의 문명을 비추고 있었다.
일본이 ‘관계’를 산업화했다면
한국은 ‘외모’를 전시화했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스스로를 거울로 쳐다보는 데 능하다.
피부는 맑고, 코는 반듯하고, 눈은 렌즈로 강조된다.
거울이 상품이 되고,
셀카가 이력서가 되는 시대에
한국은 그 누구보다 비주얼 자본이 풍부한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는다.
이 자본은 감정 자본과 결합되면
수출 가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자고로 조선은 수출 중심 국가다.
벼슬도 수출했고, 노동도 수출했고, 심지어 ‘정(情)’도 수출했다.
이제는 미소와 말투, 눈빛까지도 전 세계에 팔릴 준비가 되었다.
K-POP은 연애 감정을 시뮬레이션했고,
K-드라마는 복수와 애증의 감정을 정교하게 유통시켰다.
그리고 K-호스트, K-동반자, K-감정노동자가
차세대 수출 주력군이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외모와 정서, 말투와 향기를 수출한다.
검은 돈이 아니라, 검은 감정을 끌어당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수출하고 있는가?”
기술인가?
아니면 정교한 분장과 다듬어진 감정인가?
진짜 나라인가, 아니면 이상화된 이미지인가?
호스트의 눈빛은 말해준다.
“당신이 원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 같은 장면이에요.”
우리는 그 장면을 연기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민족이 되어가고 있다.
조선은 외모를 갈고닦았고,
관계를 코드화했으며,
감정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그 감정을 세계로 수출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파드의 뒷좌석에 앉아
“조선의 감정이 여기 왔소”라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