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걷는다. 출근길, 지하철 통로, 학교 계단, 마트 복도… 우리는 방향을 정하고, 그 길을 따른다. 하지만 우리가 걷는 방식에 어떤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일본에서는 좌측통행을 한다. 한국은 우측통행을 한다. 길 위에서의 이 규칙은 단지 효율성을 위한 사회적 약속일까, 아니면 더 깊은 상징을 담고 있는가?
한 사회실험을 상상해본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자문하게 한 뒤, 좌파는 좌측통행을 하고 우파는 우측통행을 하게 한다. 같은 방향을 향할 때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 나란히 걷는다.
하지만 정면에서 마주치면, 규칙은 바뀐다. 그들은 멈춰야 한다.
그리고 묻는다.
“왜 이 방향을 선택하셨나요?”
그 순간, ‘길’은 ‘입장’이 되고, ‘걸음’은 ‘신념’이 되며, ‘마주침’은 ‘충돌’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이 된다.
같은 방향을 걸을 때, 우리는 편하다. 싸울 일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너무 깊이 익숙해진 나머지, 왜 그 방향을 걷는지도 모른 채 걷는다.
그러나 반대에서 누군가 다가올 때, 우리는 선택 앞에 선다.
그 길을 밀고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잠시 멈추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인가.
이 실험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좌파와 우파는 단순한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이다. 그들은 같은 목표를 가질 수도 있다. 다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렇기에 서로를 ‘막는 존재’로만 인식하면, 영원히 평행선을 걷는다.
하지만 마주치고, 멈추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길을 조금 더 넓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실험은 충돌의 정치를 말하지 않는다.
대립이 아닌 ‘멈춤의 정치’, 그리고 듣기의 윤리를 말한다.
우리가 걷는 이 길 위에서, 때로는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되묻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민주주의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