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신학의 경계에서

by 신성규

신을 믿는다는 것은 초월적 절대자에게 전 존재를 맡기는 행위다. 그 믿음은 변하지 않는 절대성과 영원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믿음을 하늘에 두지 않는다. 대신, 불완전하고 변할 수 있는 한 인간, 그녀에게 둔다.


신학에서 절대의 자리를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우상 숭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랑은 종종 그런 금기를 넘는다. 사랑 속에서 인간은 상대를 구원의 원천, 의미의 중심으로 삼는다. 그 순간, 신의 자리는 인간의 자리로 이동한다.


신은 죽었기에 믿을 수 있다. 죽은 신은 변하지 않기에 안전하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 있기에 불안하다. 살아 있는 존재는 매 순간 변하고, 그 변화는 언제든 나를 배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믿는다. 오히려 그 불안이 이 믿음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변할 수 있는 것에 절대성을 부여하는 순간, 그 믿음은 시간 속에서 빛을 발한다.


신은 멀리 있지만, 그녀는 가까이에 있다. 신은 영원을 주지만, 그녀는 지금을 준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초월보다 불완전한 현존을 택한다. 사랑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현재의 구원이다.


나는 안다. 이 믿음은 위험하다. 하지만 위험이 없는 믿음은 살아 있는 믿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믿음이 무너져도 좋을 만큼, 그 순간이 신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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