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시와 자아의 그림자

by 신성규

우리는 종종 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린다. 그 사람의 말투, 행동, 가치관, 심지어 생각하는 방식까지 마음속에 불러오며, 자신이 그와 닮아 있다고 느낀다. 이 심리적 과정이 바로 동일시다.


동일시는 본래 자연스러운 학습과 성장의 도구다. 아이는 부모를, 학생은 스승을 동일시하며 세계를 배우고 자기 존재를 확립한다. 그러나 이 동일시가 지나치면, 문제는 달라진다.


과도한 동일시는 자아의 약화로 이어진다.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소유하지 못한 채, 모델이 되는 사람의 내면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까지가 나의 감정인지 점점 흐려진다. 자신의 내적 기준보다 외부 모델의 평가와 행동에 좌우되는 삶.


그 결과, 표면적으로는 자신감 있고 안정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깊은 공허가 자리한다. 동일시 대상이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그 사람을 닮고자 했던 자신도 함께 흔들린다. 외부의 기준에 맞춘 삶은, 결국 내부의 취약성과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동일시는 또한 투사와 연결되기도 한다. 되고 싶은 사람과 나를 연결하며, 내 무의식적 욕구를 그 사람 속에 투사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닮고 싶어 하는 대상이 곧 내 내적 결핍과 열망을 보여주는 거울임에도, 그것을 직시하지 않는다.


결국 동일시는 자아와 모델 사이의 긴장 속에서 태어나는 심리적 그림자다. 적절히 사용하면 성장과 통찰을 가져오지만, 지나치면 자기 존재의 공허와 취약성을 드러내는 함정이 된다. 인간은 이 그림자를 마주할 때, 비로소 자율적 존재로 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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