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연극이 아니다

by 신성규

사람들은 흔히 “사랑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찾는 것은 사랑이라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역할이다. 누군가의 연인이 되고 싶다는 말은, 사실상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할지를 기대한다”는 말로 번역된다. 우리는 상대의 본질을 사랑하기보다는, 그 본질이 내게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사랑을 느낀다.


그래서 사랑은 종종 연극처럼 흘러간다. 나는 상대가 내게 해주기를 바라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가 그 배역을 잘 소화하면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 배역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환상은 깨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한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은 사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바랐던 역할극이 끝났을 뿐이다.


이런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끝내 자신의 본질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꾸며낸 역할, 조율된 모습은 언젠가 무너지고, 진짜 자아가 드러난다. 그때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사랑은 허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결국 사랑이란,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는가가 아니라 상대가 본질적으로 어떤 존재인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이다. 타인의 본질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지 욕망을 충족시키는 거래일 뿐이다.


사랑은 연극이 아니다. 환상은 달콤하지만, 진실을 견디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 사랑이란 상대의 본질을 가리려는 모든 가면을 벗겨낸 자리에서, 여전히 마주할 수 있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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