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파도

by 신성규

나는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우울은 내 평생의 그림자라고

밤마다 내 귀에 달라붙어

“너는 벗어나지 못한다” 속삭이는

검은 파도라고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우울은 바다가 내게 건네는

잠시의 환영,

부서지는 물거품의 가면일 뿐이었다


파도는 내게 달려와

거대한 유리벽처럼 무너지고,

나는 그 속에 갇힌 듯 숨을 잃었다

하지만 곧 알았다

유리벽은 이미 갈라져 있었고,

물결은 손끝에서 흩어지는 빛의 파편처럼

사라져 갔다


우울은 바다의 계절,

내 안에서 피고 지는 이름 없는 조수

그것은 나를 영원히 삼키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그 위를 걷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언젠가 나는 보았다

파도가 남긴 흔적 위에

더 깊어진 호흡이,

더 넓어진 눈부심이,

새로운 바다의 문을 열고 있었다


파도는 나를 삼키지 않고

내 안의 바다를 춤추게 했다


우울은 파도처럼 왔다가,

이름 없는 노래처럼 사라지고,

남은 것은 한순간 더 깊어진 눈빛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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