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의 이중 구조

by 신성규

알코올은 인간 의식의 구조를 드러내는 독특한 실험장이다.

그것은 단순한 도취의 수단이 아니라, 의식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때 선택하는 임시적 탈출구다.

그러나 이 탈출의 양상은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사고의 과부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술이며,

다른 하나는 본능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술이다.

같은 행위이지만 그 내면적 작동은 전혀 다르다.


지적형 중독자는 과도한 사고로 인해 자기 내면의 긴장을 견디지 못한다.

그들은 외부의 혼란보다도 자기 사고의 복잡성에 짓눌린다.

알코올은 그 복잡한 신경 회로를 일시적으로 단순화하며,

뇌의 과열을 식히는 냉매처럼 작동한다.

그들에게 취기는 ‘멍함’이 아니라,

과잉된 명료함으로부터의 일시적 해방이다.

이들의 술은 무의식으로의 침잠,

즉 ‘생각의 중지’라는 형이상학적 욕구의 발현이다.


반면 본능형 중독자는 사고의 과부하가 아니라 현실의 감정적 압박에 짓눌린다.

그들은 사고보다는 감각의 세계에 머물며,

쾌락과 고통의 즉각적 파동 속에서 자신을 규정한다.

알코올은 그들에게 억압된 욕망의 해방제이며,

사회적 통제와 자기 검열을 해체하는 약이다.

이들의 술은 의식의 축소가 아니라 확장,

즉 본능의 복권이다.


이 두 유형은 표면적으로 동일한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전자는 과잉된 의식으로부터의 후퇴,

후자는 결핍된 의식으로부터의 확장을 지향한다.

즉, 알코올은 인간이 자기 의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정직한 조절 장치다.

결국 술은 “생각을 잃고 싶다”는 욕망과

“감정을 되찾고 싶다”는 욕망이

동일한 행위 안에서 교차하는 지점이다.


알코올은 인간이 자기 의식의 밀도를 감당하지 못할 때 호출하는 ‘화학적 철학’이다.

그것은 사유와 본능의 균형이 무너졌음을 알리는 신호이며,

의식이 스스로를 재조정하려는 본능적 시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술의 문제는 도덕의 영역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적 피로에 대한 생리적 대응으로 읽어야 한다.

인간은 결국, 견딜 수 없는 명료함과 견딜 수 없는 무명(無明) 사이에서

한 잔의 술로 균형을 맞추려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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