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나 자신이 낯설다.
거울 속 얼굴이 내 표정을 흉내 내고 있는 것 같고,
내 생각이 내 의지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묻는다.
‘나’란 도대체 무엇인가.
지속되는 의식의 흐름인가, 아니면 순간순간의 감정의 집합인가.
사람들은 흔히 ‘자신답게 살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언제나 나를 불안하게 했다.
‘자신답다’는 말은 이미 ‘나’가 완성되어 있다는 전제를 포함한다.
그러나 나는 늘 변하고 있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낯설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를 배반한다.
어쩌면 인간의 고통은 ‘변화하는 자신’을 ‘고정된 나’로 붙잡으려는 시도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억은 계속 흘러가는데, 우리는 그 기억 속에서 일관된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그게 바로 철학이 말하는 존재의 고정에 대한 욕망일 것이다.
나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생각한다.
감정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 사유의 원천이다.
사랑의 상처에서 윤리를, 고독에서 존재를, 공허에서 자유를 배운다.
사유는 결국 감정의 잔해 위에서 피어난다.
이제 나는 조금은 알겠다.
‘나를 버릴 수 없다’는 말은, ‘나를 고정하지 않겠다’는 뜻일 수도 있음을.
나는 내 안의 여러 ‘나들’을 인정하며 살아가려 한다.
사랑하는 나, 미워하는 나, 도망치고 싶은 나 —
그 모두가 나를 구성한다.
그 모든 불완전함 속에서 나는 인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