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욕망, 그리고 행복

by 신성규

나는 오래 전,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단순히 욕망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삶은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며, 장기적 사고나 추상적 고민과는 거리가 있다고 믿었다. 반면 지식인, 고차원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통제와 계획, 사고의 깊이 때문에 더 안정적이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관찰과 경험은 나의 가정을 반박했다. 생각보다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


이 관찰은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온다. 지능이 높고 사고가 복잡하다고 해서 삶의 만족이나 행복에서 반드시 우위에 있는가? 아마도 그렇지 않다. 여기서 핵심은 우위의 문제가 아니라, 회로의 차이다. 인간의 사고와 경험은 일종의 신경적·심리적 회로를 통해 구현된다. 어떤 사람은 욕망과 쾌락을 직접적으로 체화하며 삶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세계를 분석하고 구조화하며 삶을 해석한다.


그렇다면 지능이 높은 사람의 사고 방식과 낮은 사람의 단순 욕망 사이에는 단순한 선악이나 우열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두 방식 모두 각각의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자는 논리와 분석, 메타적 성찰의 철학이고, 후자는 체화된 경험과 감각, 쾌락의 철학이다. 후자의 철학은 표면상 학문적이지 않고, 체계적 논리나 추상적 사고로 포장되지 않지만, 삶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체화되어 있다.


사실 지능이 낮은 사람의 고통은 깊지 않다. 욕망이 충족되면 행복이 곧 회복되고, 삶의 불만족은 비교적 단순하다. 반면 고지능, 고차원적 사고를 가진 사람의 고통은 더 추상적이고 구조적이다. 욕망 자체가 아니라, 의미와 가치, 존재와 관계의 문제에서 발생하며, 이로 인해 삶의 불행은 더 깊고 지속적이다. 그들의 불행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사고의 필연적 부산물이며, 세상과 자기 자신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쾌락주의와도 다르다. 단순한 쾌락주의가 순간적 만족과 탐닉에 머문다면, 그들의 경험은 사회적·심리적 조건 속에서 내재적으로 안정된 행복을 창출한다. 학문화된 철학과 체화된 철학의 차이일 뿐이다. 체화된 철학은 지식이나 추상적 사고를 거치지 않고도 삶의 균형과 만족을 구현하며, 고지능 사유는 깊은 성찰과 의미 추구를 통해 삶의 질을 탐색한다.


결국, 인간의 지능과 사고의 깊이, 삶의 만족 사이에는 단순한 선후나 우위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회로가 세계와 자신을 해석하고 체화하는 방식이다. 지능과 철학적 사고는 삶의 품질과 행복을 보장하지 않지만, 인간 경험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축이다. 우리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사고와 욕망, 체화와 추상 사이의 균형을 이해하고, 각 회로가 만들어내는 현실적 경험을 존중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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