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 믿음은 단순한 자만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의식의 구조적 환상이다.
의식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 느끼지 않으면 붕괴한다.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설정함으로써,
유한한 생을 견딜 수 있는 내적 질서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 특별함의 감각은 언제나 죽음의 부정 위에 서 있다.
죽음은 인간의 지성으로 포착되지 않는다.
의식은 스스로의 소멸을 상상할 수 없기에,
죽음은 늘 타인의 사건으로만 존재한다.
이 모순 ― 죽음은 확실하나, 나의 죽음은 상상 불가능하다 ― 가
바로 인간 사유의 근원적 긴장이다.
그 긴장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창조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몸짓이다.
예술, 과학, 종교, 문명 ― 모두는 죽음을 회피하려는 언어적·형식적 장치다.
영원을 향한 인간의 시도는, 실은 소멸을 잊기 위한 무의식적 반작용이다.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인간은 더욱 강렬히 남기려 한다.
기억, 기록, 이름, 작품 ― 그것들이 모두 “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자기기만의 형태로 세상에 남는다.
결국 인간의 특별함이란, 죽음을 견디기 위한 허구적 중심성이다.
이 환상은 허위이지만, 생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에너지다.
죽음을 잊지 않으려는 자는 절망 속에 멈추고,
죽음을 잊은 자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 사라짐을 견디기 위해 ‘영속하는 나’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산다.
그 이야기의 총체가 문명이다.
즉, 문명이란 죽음의 회피가 남긴 집단적 예술이다.
인간은 결코 신이 될 수 없지만,
자신이 신일지도 모른다는 착각 덕분에
하나의 우주를 창조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므로,
죽음을 회피하는 인간의 환상은 결함이 아니라 진화의 방식이며,
그 착각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한 창조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