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기질이란 결국 성격파탄자를 포장해주는 말이다.
세상은 그들의 결함을 재능이라 부르고, 불안과 광기를 예술이라 부른다.
나는 그들을 좋아하면서도 미워한다.
그들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그들은 늘 고독을 말하지만, 그건 타인과 함께 있을 능력이 없어서 생긴 고독이다.
사랑을 노래하지만, 사랑할 줄은 모른다.
결국 모든 감정의 무대는 자기 자신이다.
그들의 작품은 고백이 아니라 자위에 가깝다.
나는 예술을 믿지만, 예술가를 믿지 않는다.
그들은 진실을 말한다면서 가장 많이 꾸민다.
무너진 자신을 보며 감동받는 건 예술이 아니라 중독이다.
그들은 쓰러져야만 살아있음을 느끼고, 아파야만 의미를 얻는다.
그 고통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위에 술 한 잔을 더 붓는다.
세상은 그들을 천재라 부르며 구경한다.
불타는 인간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관객들 속에서
그들은 자기 연기를 이어간다.
그래서 예술가라는 건 병이다.
자기를 태워야만 빛이 난다고 믿는, 오래된 미신 같은 병이다.
그런데 웃긴 건,
나는 그 병이 내 안에도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혐오스럽다.
불을 욕하면서, 손끝으로 불씨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