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혁명과 여행의 죽음

by 신성규

한때, 세계는 아득했다.

초등학생 시절의 나에게 해외여행은 지구 반대편까지 손을 뻗는 일이었다. 바다 건너 어딘가의 도시들은 사진과 글자 속에만 존재했고, 그 신비로움은 손에 닿지 않기에 더욱 선명했다.


지도책을 펼쳐들고, 어설픈 발음으로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손짓과 발짓으로 통하던 시절.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낯선 이의 친절에 구조되는 것. 모든 순간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더욱 황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계는 주머니 속에 들어왔다.

아이폰이 등장하고,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깔리고, 번역기가 손가락을 대신해 말을 했다. 우리가 떠나는 여행은 이제 ‘예정된 경로’가 되었고, 길을 잃을 일도, 뜻밖의 인연을 만날 일도 점점 사라졌다.

‘낯설음’은 어플 하나로 해독되고, ‘모험’은 예약 버튼을 누르는 일로 대체되었다.


세계는 좁아졌지만, 상상력도 함께 말라갔다.

미지의 세계를 동경할 때, 우리는 그 세계를 스스로의 뇌 속에서 그렸다. 신화 속 여신이 실재하지 않기에 더욱 신비로웠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손을 뻗는 행위 자체가 우리를 뜨겁게 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모두 펼쳐져 있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후기와 가격표로 —

아무것도 상상할 필요가 없다.


정보의 바다는 우리의 두려움을 없앴지만, 함께 놀라움도 지워버렸다.

불확실성을 떠안는 감각, 준비되지 않은 순간을 사랑하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이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


여행뿐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번호를 교환하던 시절, 우리는 상대를 조금씩 알아가야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쌓아가며, 실루엣 속에서 사람을 그려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SNS 한 장으로 타인을 소비한다.

선택적으로 치장된 조각들을 스크롤하며, 우리는 온전한 인간을 만나는 대신, 디지털로 조각난 이미지만을 맞닥뜨린다.

소통은 많아졌지만, 만남은 점점 닫혀간다.


결국, 정신적 위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디지털이 촉발한 정보의 과잉, 예측의 과잉, 이미지의 과잉.

우리는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상태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불확실성을 제거한 세계에선, 진정한 삶이 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는 아날로그로 돌아가야 한다고.

다시 길을 잃고, 다시 서툴게 소통하고, 다시 실패하고, 다시 사랑해야 한다고.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며, 두근거리던 그 시절로.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세계를 주었지만,

그 세계를 사랑하는 능력까지는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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