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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시대, 예술가가 살아남는 법

by 신성규

우리나라에서는 예술, 철학, 사유로 돈을 벌 생각을 하면 망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 전반이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인스턴트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긴 시간 동안 숙성되는 진짜 예술이나 철학은, 세상이 원하는 속도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예술가가 경제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전혀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뽑아먹을 수 있을까?’ 이 사고방식을 기본 전제로 깔아야 한다. 고상한 꿈이나 이상은 개인 서재 깊은 곳에 숨겨두고, 시장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욕망은 무엇에 붙어 있는지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창조성을 얹어야 한다.


자동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인스턴트 소비를 유발하는 것, 사람들이 저항 없이 열광하며 지갑을 여는 것을 설계하는 것. 이게 현대에 살아남는 예술가, 사업가, 철학자이다.


하지만 또 다른 길도 있다. 경제성을 애초에 포기하고, 예술성을 위해 사는 것. 예술로 돈을 벌겠다는 기대 자체를 버리고, 예술을 위해 예술을 하는 것이다. 이 길은 힘들고 고독하다. 그러나 순수하다. 돈에 끌려 흔들리지 않고, 시장의 입맛에 맞추느라 작품을 희생시키지도 않는다. 대신 생계는 따로 해결하거나, 아예 궁핍을 받아들이고 가난 속에서 예술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욕망과 돈의 흐름을 꿰뚫어보고 그 물살 위를 항해하는 것이든, 아니면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홀로 자기만의 섬을 지키는 것이든, 둘 중 하나로 명확히 결정하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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