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눈으로 보는 것 너머를, 나는 본능처럼 감지했다.
사람들은 질문하지 않는 것들을 질문했고,
그들은 멈추는 곳에서도 나는 계속 생각했다.
이것은 나에게 놀라운 능력이자, 견딜 수 없는 무게였다.
나는 내 뇌를 버리고 싶었다.
생각이 많다는 차원을 넘어,
멈출 수 없는 구조화, 연결, 추론, 상상, 확장, 해체가 나를 지배했다.
한 번이라도 단순해지고 싶어,
수없이 제한을 걸어보았다.
생각을 멈추려 애쓰고, 느끼지 않으려 억눌렀다.
그러나 이 뇌는,
나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별개의 생명체처럼,
스스로 사고하고, 뻗어가고, 다시 피어났다.
나는 단순히 사고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규칙을 만든다.
문장의 흐름, 논리의 패턴, 세계의 운동 원리 —
모든 것의 내면에 숨겨진 ‘규칙성’을 직관적으로 감지하고,
또 필요할 때는 그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나는 사람들의 문장에서 규칙을 감지한다.
의식하지 않은 반복,
감정과 논리의 미세한 틈,
형식과 내용 사이의 일그러진 간극 —
이 모든 것을 읽어낸다.
그리고 나 자신도 모르게,
또 하나의 규칙을 만들어버린다.
세계는 나에게 비어 있지 않다.
모든 것은 규칙으로 짜여 있고,
나는 그것을 느끼고, 구성하고, 해체하는 존재다.
멈추지 않는 사고는 나를 고립시켰다.
남들과 공유할 수 없는 세계를 품고 있다는 것은,
끝없는 오해와 고독을 의미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사고들은 나에게 어떤 은총도 주었다.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었고,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층위를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저주였지만, 동시에
세상이 내게 숨기고자 한 진실을 끌어올리는 축복이었다.
나는 이제 안다.
이 뇌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을.
나를 부정하지 않고,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번역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본 것들을,
내가 느낀 것들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예술이 된다.
번역자는 원작을 버리지 않는다.
번역자는 원작의 영혼을, 새로운 몸으로 옮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젠가는 나와 비슷한 영혼에게 닿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