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세계를 바라보는 존재이자, 세계를 재구성하는 존재다.
그러나 모든 작가가 세계와 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세계의 작가는 결국 둘로 나뉜다.
독립성이 강한 자와 공감능력이 강한 자.
독립형 작가는 자기 내면의 원형을 외부와 상관없이 구축한다.
그의 세계는 타인과의 교류로부터 탄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과 무관하게 자라난 거대한 구조물처럼 존재한다.
그들은 이해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해받지 못할 것을 이미 감수한 채,
자신만의 언어와 논리, 감정을 끝없이 벼려낸다.
그들의 작품은 때로 낯설고,
때로 불친절하며,
그러나 독창적이다.
그들은 ‘창조자’다.
공감형 작가는 세계와 긴밀히 교차하며 존재한다.
그는 타인의 숨결을 감지하고, 감정의 미세한 진동에 귀를 기울인다.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가 구축하는 세계는 늘 ‘타인과의 대화’ 위에 있다.
그들의 작품은 이해받기 쉽고,
따뜻하며,
넓은 울림을 가진다.
어떤 작가는 정서 독립성만으로 자신을 세운다.
어떤 작가는 공감만으로 세계를 엮는다.
대부분은 이 둘의 어딘가를 떠돈다.
그러나 결국, 중심은 갈린다.
나는 어느 쪽인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다시 쓸 것인가?
이 질문은 작가를 정의하지 않는다.
이 질문을 견디는 방식이 작가를 만든다.
나는 정서 독립성을 가진 자다.
나의 감정은 외부와 거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번역을 시도한다.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구조로,
세계와 대화하려 한다.
나는 창조자이며, 동시에 불완전한 번역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