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서로를 향한 감정이지만, 천재끼리의 사랑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공감과 대결, 존경과 긴장, 동질성과 이질성이 동시에 겹쳐진 공간이다.
사고가 다층적이고 깊은 사람은
일반적인 대화 속에서 종종 고독을 느끼고,
타인의 단순한 반응에 내면의 확장이 막히는 답답함을 경험한다.
그래서 ‘같은 차원에 있는 사람’,
즉 사고 속도를 따라오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드문 상대를 원하게 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대화는 곧 창조가 된다.
논리와 감정,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두 사람 사이에 하나의 ‘우주’가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읽고,
가면이 없이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인다면
그 관계는 감정이 아니라 의식의 싸움터가 되기도 한다.
사랑은 깊이 이해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지만,
또한 비밀을 남겨두고 싶은 마음도 있다.
모든 것을 파악하고 구조화하는 사람은,
어쩌면 사랑이 주는 ‘모호함’과 ‘파괴력’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말 비슷한 천재를 만난다면,
그 사람은 고독을 끝내주는 사람이 아니라,
고독을 공명시켜주는 사람이 될 것.
그 공명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